거창 출렁다리 나들이

by joyfulmito

두 아이는 늘 꼭 짠 듯 반대편을 선택한다. 하나는 심심하니 오늘은 나들이를 가고 싶다고 하고, 하나는 집에서 쉬고 싶단다. 결국 집에 쉬고 싶다는 녀석도 꼬셔서 집을 나섰다.

겨울 풍경은 참으로 심심하다. 헐벗은 산도 들도 황량하다. 사철나무조차 빛이 바래 희덕할 뿐이다. 슴슴한 빛깔의 산에 걸린 눈길을 끄는 빨강색 출렁다리. 오늘 우리의 목적지다.

"왜 저렇게 높이 있는 거야.", "등산하는 거였어?" 두 아이는 사기라도 당한 듯 호들갑이다. 그러게 오기 전에 좀 찾아보지 그랬니. 엄마와 아빠는 무혐의를 입증하듯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다. 운동 잘한다고 뻐기던 딸은 산에만 오면 초라하게 무너진다. 어릴 적 내가 그랬듯 질질 끌려 헐떡대며 산을 오른다. 집에서 쉬고 싶다며 불평하던 아이가 누군가 싶게 아들은 날다람쥐처럼 잽싸게 산을 오른다. 엄마와 아빠가 그 두 아이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나에게도 등산은 쉽지 않지만 하루 2시간 걷기를 목표로 세운만큼 파이팅 넘치게 아들 뒤를 따라간다. 뒤쳐져 따라오는 딸을 챙기는 건 늘 남편 몫이다.

산을 오르는 계단 곳곳에서 쓰인 글귀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강과 음식, 운동에 관련된 글귀들과 거창의 관광지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가 봤던 곳이 나오니 반갑다. 그러고 보니 거창은 꽤 여러 번 왔구나. 덕천서원, 박물관, 창포원, 감악산에 이어 출렁다리까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대구에서 가까우니까.

출렁다리에서 인증샷 좀 찍어보려 했지만 날다람쥐 아들 녀석은 벌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사진에 관심 없는 아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려가면서 고개 한 번 돌려주면 그만이다. 그러려무나. 인증샷 찍으러 온 것도 아닌데. 뭐.

"내가 유명한 짜장면집 찾아놨어. 저녁 먹고 가자. 볶음짬뽕이 유명하대." "유명한 짜장면집이라며?" " 중국집. 짜장면도 맛있대. ㅎㅎ"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햇살이 내리쬔다. 일몰 전에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시간. 전깃줄마저 빛으로 반짝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방불케 해버리네. 자연이 만들어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참 구경하며 내비게이션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엇? 뭔가 익숙한 장면이다. 여기 와 봤던 곳이네. 우리 덕천서원 왔을 때 왔던 곳이야. 그때도 와서 볶음짬뽕 먹었는데.. 너무 웃긴다. 왔던 곳인지도 모르고 왔다니. 여전히 친절하시고 여전히 맛있고 여전히 손님도 많구나. 그동안 이렇게 있어 주어 고맙다는 생각? 덕분에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평소에는 늘 새로운 곳을 찾아가면서, 우연히 같은 곳을 다시 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신이 나네. 가끔은 갔던 곳도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