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P 사장과 ISTJ 직원이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by 즐거운 꿀벌

오늘은 새로 뽑은 행정 직원을 보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새로온 매니저 직원, 첸디

약 두달 반 전에 첸디(가명)를 매니저급 직원으로 뽑았다. 기존에 사무실에 매니저 일을 하는 1명과 회계일을 보는 1명, 이렇게 2명이 일을 하다가 이 직원이 합류를 한 것이다. 매니저 일이 많은데 지금으로서는 좀 버거운 것 같아 한 명을 더 뽑아서 매니저 일을 좀 나누고 더 전문적으로 시켜서 나는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첸디는 이태리인이 운영하는 뮤직스쿨에서 매니저 일을 했었고 영어를 꽤나 잘해서 탐이 났다. 면접을 보면서 성향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매니저로서 적합하지 않은 성향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 때문에 몇주 고민을 했다. 그것은 뭐였냐면,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혼자 일을 하는게 좋고, 사람과 데이터, 둘중 무엇을 다루는게 좋냐는 질문에 데이터라고 답을 했다. 그래서 결국 몇주를 고민하다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쪽으로 업무를 주고 나머지를 지금 직원에게 역할 재분배를 해야겠다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나름 이젠 면접에 도가 터서 사람 분별력이 좀 발전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그동안 고생한 보람도 느끼고 뿌듯함도 올라왔다.(결국 이것도 자아도취였다^^;)


첸디는 합류를 하게 되었고, 나는 이것 저것 자료들을 만들고 분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시켰다. 내가 관찰한 바로 첸디의 MBTI는 ISTJ였다.


처음 2~3주 정도는 여러 일들을 경험을 시키면서 스스로 관찰하고 동료 직원들한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편하게 지내도록 했다. 나도 그동안은 한국도 다녀오고 다른 나라 출장도 다녀오느라 정신없이 지냈다. 그리고나서 회사로 복귀를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첸디의 이해력이나 일처리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못미치는 것을 보고 꽤 당황을 했다. 면접 때 월급을 본인이 희망하는 대로 주기로 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좋지 않아 월급을 좀 깎았고 본인도 동의를 했다.


다시금 힘을 얻어 직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업무를 다 못끝내는 경우 하루를 20분 단위로 쪼갠 타임테이블 리스트를 주고 왼쪽에는 할 일을, 가운데는 계획을, 오른쪽에는 실제로 한 결과를 적게 했다. (딴 얘기지만, 이걸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상스퀘어라는 회사에서 Plan Do See라는 PDS 다이어리가 제작되어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놀했다ㅎ)


매일 이것을 사용하게 하면서 업무보고를 하게 했는데, 내가 관찰한 결과는 이랬다.


1. 대부분을 빈칸으로 놓음 : 매 시간마다 기록을 해서 무엇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보라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나중에는 일이 다 끝난 뒤에 그걸 기억해서 적었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빈칸이었다.

2. 재고나 여러 물건들을 관리하면서 분실 된 것과 이유를 찾아내는 일 ; 잠금장치가 없는 냉장고는 아침 저녁으로 사진을 찍고 없어진 것을 찾고 카메라를 체크해서 왜, 누가 재고를 빼갔는지 파악하는 일을 하는데 사진만 찍어서 올렸다. 하루는 이렇게 없어진 것을 표시해서 올리고 이유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만둘때까지 하루도 보고가 없고 사진만 올렸다.

3. 초반에는 못다한 업무를 기록하고 칼퇴근을 하길래, 업무를 다 마치고 가라고 했더니 한두시간을 늦게 근무하며 일을 했다. 하지만 못한 일은 매일 쌓였고 모든 업무가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4. 일을 주면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는 피드백이나 결과물을 주지 않았다.

5. 한번은 마트의 재고를 배달 직원이 파악해서 자료를 단톡방에 올려놓으면, 이것을 기록해서 하루 판매량을 계산을 하는데 아주 자세히 모든 디테일을 빼놓지 않고 만들었더라. 그래서 하루 판매량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더라. 이 과정이 계속 반복이 되면서 하나하나 수식을 알려주면서 나는 다시 녹초가 되어갔다.

6. 일을 할 때 결과가 날 때까지 처리를 못하고 매 과정마다 나에게 보고를 하며 물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일을 주었는데, 저 지금 세종시인데 그 다음은 어디로 가나요? 지금 대구까지 왔는데 그 다음은요? 이런 세세한 질문이 계속되면서 나는 부산으로 가면 어디로 가야하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어느 순간부터 이 직원을 붙잡고 있는 것이 내 실수는 아닌가하며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매일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작년에 사경을 해맸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 죽음의 골짜기를 통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을 다루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요즘 Chat GPT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받으면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던 차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 직원에 알게 된 사실들은 너무도 놀라웠고 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가 한순간에 풀리는듯한 매직을 경험했다.


먼저 내가 어떤 부분에 취약하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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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작은 일들을 무한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고 반복되는 실수들을 일일이 가르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구! 이 글에 마치 내가 이해받고 인정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힘이 났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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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내가 널 가르쳐서 좋아진다면 난 정말 만능 사장이 되는거라구!

너무나 정확한 내용에 무슨 무당이 신령한 점괘를 짚어준 것 마냥 나는 왠지모를 자신감과 기대감이 들었다. AI 점괘를 따라서, 나는 기존 직원에게 자세히 모든 과정을 가르치도록 주문을 했고 업무보고서에 모든 업무를 그때그때 적게 했고 매일 피드백을 주었다.


그렇게 1주, 2주가 흘러가면서 나는 매일 일을 빠뜨리고 안하고 까먹고 이해를 못하는 직원에 KO를 서서히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AI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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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업무를 계획하고 매 시간마다 체크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매일 체크를 했으나,

지속적으로 업무를 마치지 않고 이해를 못하고 보고를 하지 않아서 결국 이 직원을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ISTJ는 어떤 성향이고 어떤 일을 잘하고 어려워하는지 자세히 자료를 뽑아서 주면서, 우리 회사 일이 너에게 잘 맞지 않아서 더 잘 맞는 일을 찾아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직원을 분별도 잘 못하고 짜르는 것도 어렵고 또다시 직원을 뽑아서 가르치는 일도 엄두를 못내고 버거워하던 내가, 이제는 분별을 하기까지 여러 시도를 해내고 분별하고 또 잘 이야기를 해서 내보내는 것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고 뿌듯했다.


직원이 떠난 날 이런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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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는 또 숨을 고르고 사장의 여정을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