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든 인생사든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항상 직원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사장의 입장에서 결코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다.
몇개월 전, 아는 선교사님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십몇년을 이곳에서 고아원을 하고 계시는 분인데, 최근 큰 어려움이 있어서 긴히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고 운을 떼시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털어 놓으셨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만난 부인 선교사님이 말씀하신 내용)
얼마전 어떤 선교사 부부(이후부터 "회초리 부부"라 지칭)가 고아원에 찾아와서 "자기가 누구한테 고발을 당했고 갈 곳이 없으니 이곳에서 같이 봉사하며 사역할테니 자기를 받아달라"고 했고, 운영자 부부 선교사님은 회초리 부부를 받아주었다.
그 이후 회초리 부부는 고아원에 관한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여기저기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한국에 잠깐 치료차 나갔다가 들어온 운영자 부부를 모함하고 내쫓았다. 운영자 부부와 십여년을 같이 동역해온 현지인 사역자와 운영자인 남편 선교사님을 나쁜 사람으로 모함해서 경찰을 부르고 고소를 하고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잘못을 정부에 고발을 한 것이다.
회초리 남편이 현지인 사역자를 고발한다고 계속 연락을 했고, 현지인 사역자는 이거를 정부 관계자를 통해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운영자인 부인 선교사님이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만나자고 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공권력을 움직이게 하려면 돈과 시간이 끝도 없이 들어가고 결국 해결되는 것은 없고 경찰, 공무원들 배만 불리고 이용당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던 나는 거절을 했다. 그리고 돈을 독촉하는 현지인 사역자에 대해 뭔가 싸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선교사님은 너무 순진하고 착한 현지인 사역자가 무서워한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시길래, 사역자가 감정적인 스타일이냐고 물으며 지나갔었다.
그리고 또 다시 싸한 느낌이 두번째 있었는데,
아는 현지인 친구를 통해 현지인 변호사를 운영 선교사님께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그 운영자 선교사님 부부와 현지인 사역자가 변호사를 만나서 상담을 하고 나서, 변호사가 나에게 연락이 왔다. 상담 수수료를 30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크리스천 친구에게 소개를 받았고 변호사도 크리스천이라는데, 십수년을 한푼도 받지 않고 자기 나라 고아들을 돌본 외국인 선교사님이 억울한 일을 당해 상담을 받은 것을 수임료도 아닌 고작 반시간 상담받은 걸 가지고 상담비를 요청하니 기가 막혔다. 그것도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나중에 소개를 해준 나한테 30만원 "밖에" 안한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그에게 상담을 받았던 현지인하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운영 선교사님 부부는 현지언어를 못하심) 그랬더니 그 변호사가 나에게 하는 말이, 그 현지인 사역자가 상담비는 나랑 이야기를 하라고 했더란다. 선교사님 주변에서 사람들이 후원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나를 ATM 기계로 봤나 싶어 벙찌며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그리고 몇주가 흘러, 아는 삼촌이 운영하던 교회와 사택이 비어 있어 이 곳을 소개시켜 줬고 운영자 부부와 아이들 일부가 이곳으로 이사를 가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하던 고아원은 회초리 부부가 빼앗아 운영을 했으나 여기도 같이 정부에 의해 아이들이 해산이 되었고 문을 닫았다.
십몇년을 맨 땅에서 백여명을 길러낸 선교사님 부부가 이렇게 한 순간에 억울한 모함을 받고 쫓겨나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 주님의 뜻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세상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나님은 이것을 역전시키셔서 모든 것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신다는 진리가 빛을 발할 절대적 순간이다. 그리고 기대반, 궁금반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개월이 흘러, 다시 운영 선교사님을 만났다.
온동네에 같이 사역하는 현지인 사역자가 나쁜놈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서 아이들을 따로 불러 조사를 해 보니, 그동안 그 사역자가 오랫동안 돈을 횡령하고 선교사님 부부가 없을 때 아이들을 많이 때렸다는 것이다. 사역자는 계속 발뺌을 하다가 나중에는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했고 결국 그 사역자를 내보냈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십수년을 아들처럼 키우며 같이 살면서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
적이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홀연히 어느날 와서 고아원을 빼앗아간 회초리 부부보다도 더 나쁜 건, 아군으로 있었던 그 사역자였다. 하나님이 이방 나라를 들어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는 것처럼 이 부부가 회초리 역할을 감당했던 것 같다.
너무 기가 막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억울하게 당하는 선교사님 부부가 애처로웠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는 이것이 선교사님의 큰 불찰이었고 결국 깨닫지 못하기에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하며 썩은 부분을 도려낸 것이 하나님의 선한 역사로 결론이 지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깊은 경종을 울렸고 이 일이 나의 일 일수 있겠다 싶어 며칠동안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속이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본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또한 그것을 용인하고 내버려둔 나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대대적인 검토와 계획, 결단을 하게 되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작년 한해만 100명이 넘는 직원을 보내면서 뼈저리게 느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을 잘 가르치고 교육하고 또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분별"하고 "내보내는"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