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행복이란?/유타 바우어> 그림책을 읽고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라는 질문에 행복하기 위함이라는 대답을 하곤 한다. 그러면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이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는 걸까? 라고 또 묻는다.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형이상적인 단어로서의 '행복'을 아이들의 삶으로 가져와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가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 요즘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왜 그것이 행복과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아이들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 나의 마음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대체로 크게 좋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평범한 감정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표현될지는 모르지만 편안한 상태라고 했다. 큰 사건없이 매일 반복되는 날들이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행복"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니? 그걸 적어보자. (*brain writing-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기)
엄마 아빠 놀이터 돌고래 어린이날 장난감 내 생일 인형 언니 얼음 통장 자연 자전거 바다 저금통 자유 둥
돌아가면서 한 단어씩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하고 대답을 들었다.
"행복"이랑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있을까? 이건 절대 행복한 것이 아니야. 라고 여기는 것들 말이야.
전쟁 공부 싸움 이혼 취두부 잘난척 산불 받아쓰기0점 어려운 글자 잔소리 아빠 땀냄새 혼나는 것 병원
왜 여기는 행복한 단어이고, 여기는 행복과 어울리지 않은 단어야? 어떤 차이점이 있니?
좋아하는 것이고 싫어하는 것이에요
이건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저건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기분이 좋고, 기분이 나빠요.
잘 해주는 엄마아빠는 좋지만 잔소리하는 엄마아빠는 싫어요.
- 이건 같은 엄마아빠인데? 생각하면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거야?
- 좋은 게 더 많지만 잔소리는 싫어요.
- 잔소리의 어떤 점이 싫은 거야?
- 들으면 막 짜증이 나요.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시키는 게 싫은 것 같아요.
-아.. 그러면 자유로운 것은 행복하지만, 자유가 없이 시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할 수 있어?
- 맞아요. 자유는 행복하지만 자유가 없으면 불행한 것 같아요.
푸르고 편안한 자연은 좋지만 오염되고 무섭고 불편한 환경은 힘들어요.
안전한 공간이 행복한 거고, 다칠 수 있는 공간은 불행한 거에요.
그러면 행복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걸까? 우리 같이 그림책을 읽어보자.
셀마 - 행복이란 알라딘: 셀마 (aladin.co.kr)
유타 바우어 (지은이),엄혜숙 (옮긴이)키위북스(어린이)2022-12-05 원제 : Selma
유타 바우어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어렵고도 난처한 질문에 <셀마>로 아주 작고,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여우가 위대한 산양을 찾아가 묻는다.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산양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어미 양 ‘셀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셀마는 “해가 뜨면 풀을 좀 먹고, 한낮에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오후엔 운동을 좀 하다가 다시 풀을 먹고, 저녁에는 이웃에 사는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떨고, 밤이 되면 잠을 잘 거예요.” 라고 말한다. 복권에 당첨이 되어도,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하여도 이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복의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돌아가면서 읽고, 여기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의 모습은 무엇인지 찾아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반복되는 셀마의 대답을 다시 읽으면서 행복의 요소들을 찾아보았다.
- 해가 뜨면 풀을 좀 먹고 -> 안전한 곳에 있는 것,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
- 한낮에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 오후엔 운동을 좀 하다가 ->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 저녁에는 이웃에 사는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떨고 -> 친구와 놀 수 있는 것
- 밤이 되면 잠을 잘 거예요. -> 잠을 푹 자는 것
1) 해가 뜨면 풀을 좀 먹고 -> 안전한 곳에 있는 것,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
: 안전한 곳에 있는 것이 중요해?
엄청 중요해요. 그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제일 중요할 거에요.
전쟁이 나고 그러면 행복하기 힘들 거 같아요.
전쟁 중에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전쟁이랑 행복은 안 어울려요 무서우면 행복할 수 없을 거 같아요.
: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랑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중요해요. 친구랑 놀 때도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이 커져요. 야식도 얼마나 맛있다고요.
그런데 마음껏 먹다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비만이 되고 병이 나고?
아. 그러네요. 그러면 마음껏 먹되, 적당히 먹어야 해요. 적당히 좋은 것을 먹어야해요.
행복에 먹을 것은 관련이 있지만 적당히 해야하는 거네요? 네.
2) 한낮에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 이건 어때요?
반반이에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건 좋지만 계속 같이 있는 건 힘들어요. 아무리 친해도 싸우고 토라질 수 있어요. 언제나 같이 있진 말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해요.
이것도 적당히 하는 게 좋겠어요.
3) 오후엔 운동을 좀 하다가 ->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 이건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어요. 저는 공부하는 거 싫은데 안 하면 바보가 될 수도 있고, 진짜 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해요. 좋아하는 것도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해요.
그래도 그걸 자유로 하는 게 좋은 거지? 잔소리해서 하는 것보다?
네 우리가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아요.
4) 저녁에는 이웃에 사는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떨고 -> 친구와 놀 수 있는 것
: 이것도 아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거랑 비슷한데, 친구랑 노는 시간도 있어야 해요. 친구랑 있으면 마음이 잘 맞는 친구면 좋아요. 행복해요.
5) 밤이 되면 잠을 잘 거예요. -> 잠을 푹 자는 것
: 잘 자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잠을 안 자면 죽을 수도 있대요.
진짜?
잘 자야 건강해지니까. 건강해야 행복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건강하지 않으면 안 행복할까?
그건 아니지만 건강하면 더 행복할 거 같아요.
너희들에게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저는 5번이요. 잘 자는 것. 잘 못자면 다음 날 짜증이 나요.
저는 4번이요. 친구랑 지내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1번이요. 먹는 것이 행복이랑 잘 어울려요.
그러면 오늘 우리가 찾은 행복의 요소랑 너희가 처음 찾은 행복과 행복하지 않은 단어와도 연결이 될까?
연결이 되요.
행복하려면 안전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자유가 있어야 해요. 먹을 것과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좋고요.
왜 우린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을까? 행복을 다른 것에 비유해볼까?
- 조금 어려웠어요. 그런데 행복하다는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행복하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도 행복한 것 같아요.
- 행복은 꿀잠같은 거에요. 악몽 없이 기분좋게 달콤한 꿈을 꾸면서 자는 게 행복이에요.
- 행복은 돈이에요. 돈으로 맛있는 걸 살 수 있으니까요.
- 어? 그럼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 걸까?
- 그건 아니에요. 돈이 행복은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행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거에요.
- 그래도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 아니야. 돈이 있어야 더 행복한 거야. 맛있는 거 사 주려고 돈 버는 거라고 했어. 우리 아빠가.
정해진 시간이 훌쩍 지나서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그건 아마도 아이들이 언젠가 다시 스스로든, 누군가와 이야기할 주제가 될 거다. 오늘은 행복을 지금 여기로 가져와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행복의 요소를 그림책을 통해 찾아보고, 얼마나 공감하는지, 그것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어 연결되는지 이야기나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행복해질까? 이 탐구시간이 행복해지는 마법이 될 순 없지만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의 모습들을 스스로 찾아가고 연결지으며 그 행복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널거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야기하면서 이 행복의 요소들이 자기 삶에 다 있다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그걸 유지하고, 또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아이들의 몫일거다.
이 기준에 비춰본다면,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