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어린이철학의 창시자인 Mattthew Lipman은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철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심각한 흑백폭동사건 때 폭력을 먼저 행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꼈다. '저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 결과가 어떠한지 생각하고 있는걸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며 '제대로 생각하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공부(education of thinking)는 대학에서 배우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아이들이 어릴 때 가르쳐야 하며, 숨을 쉬듯 '제대로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운동하여 몸의 근육을 키우듯 생각 훈련을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피아니스트가 몇 백 몇 천 시간을 들여 피아노를 연습하듯, 우리도 '좋은 생각' '지혜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생각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이 좋은 생각일까
그는 어린이철학의 목표를 3가지 사고의 균형적인 발달로 보았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생각(creative thinking), 배려적 생각(caring thinking) 이 세 가지 생각이 어우러질 때 제대로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봤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가지 문제 상황에 늘 당면한다. 그럴 때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 그것은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근육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수능 문제처럼 정답이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각연습이 필요하다. 진짜 큰 문제를 만나기 전에 많은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로 인간에게는 잘 생각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말 잘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있을까? 문제를 잘 풀기 위한 논리적 과학적 사고를 뛰어 넘어 다르게 생각해볼까, 라는 창의적사고, 우리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배려적 사고까지 가르치고 있을까? 이런 생각 연습들이 진정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학급에서 도난사고가 일어났다. 대부분은 단서를 찾아서 그 아이가 누구인지 찾아내어 그에 합당한 벌을 줘야한다고 한다.(논리적 사고) 그 때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 진짜 도난사고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또 다른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창의적 사고), 도난사고를 겪으면서 공동체가 겪을 정신적인 충격, 본인 또는 그의 주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배려적 사고) 이 세 가지의 사고가 함께 이루어져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싸웠다고 치자. 그 때 남편욕을 할 수도 있지만 욕만 해서는 안된다 비판해야하는 점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이 관계를 해결해갈지(창의적 사고) 그 관계에서 정이든 사랑이든 감정을 고려하면서(배려적 사고) 해결해가야 진짜 해결하는 과정일 것이다. 물론 이건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일 거다. 나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 사람이 밉다고 계속 욕하고 나 자신을 원망하고 책망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절대 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밥을 안 먹겠다고 할 때(객관적으로 사실 인정하고) 왜 안 먹는지, 원인을 파악하고(원인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찾아가고, 논리적으로) 대안을 찾아서 해결방법을 생각해보고(창의적 사고) 아이와의 감정, 나의 감정이 서로 상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세워갈 수 있도록 하는 수사법, 관계유지방법(배려적사고)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대부분 영역에서 이 세가지 사고가 발휘된다. 한 쪽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제대로 된 해결을 못할 떄가 많다. 매튜립맨은 우리 모두가 Adomirable life(경탄할 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 삶의 여러가지 문제(Aporia) 앞에서 제대로 생각하고, 각자 처한 특수한 맥락 속에서이 세 가지 사고(비판적, 창의적, 배려적)를 잘 어우러져 가도록 생각 훈련을 어릴 적부터 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70년 전에 어린이철학을 개발했고 실천했다. 매년 전세계의 교사들을 위한 워크샵을 열었고, 필자도 2007년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잘 생각하며 살도록 돕기 위한' 교사들이 있었다. 여전히 어린이철학은 주목받는 교육방법이나 교육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정신은 우리나라 2020 교육과정에도 스며들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자는 방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철학은 어려운 게 아니다. 철학은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고민이다. 단순한 앎과 잠시의 위로를 벗어나 본질을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나갈 힘을 든든하게 세워가는 일이 철학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이들이 어린이의 생각을 키우는 일에 마음을 쓰면 좋겠다.
나 또한 엄마로, 교사로, 사회인으로, 그리고 지구인으로, 무엇보다 나로서 살아가는데 이 철학함이 큰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준다. 왜 살아가냐는 질문에 막연하더라도 이유가 있다면 살아갈 만하다. 나에게 돌아선 친구와 다시 만나고 싶다면 관계와 이어짐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다음 행동을 할지 성찰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철학함이다. 우린 모두 철학자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철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이 철학함이 아이들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란다. 왜?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 다음 편부턴 훨씬 더 쉽게, 이 철학함의 일상적 이야기들을 적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