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 자리를 빼앗았을 때

도서관에 간 사자를 읽으며 만난 장면들

by 동그래


아홉살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으로 만들고, 그 질문으로부터 생각을 넓고 깊게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생각이 어렵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함께 모여 책을 읽으니, 그 책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늘 읽어야할 책을 딱 꺼내면 "내가 아는 책인데, 내가 읽었던 책인데?" 하고 말하던 아어린이들은 "이걸로 이야기할 거 많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질문을 만들지 너무 기대되요"라고 말합니다. 함께 읽고 생각하기의 묘미를 알아차린 것 같아요!


어린이 철학은 어린이가 철학을 하는 것이에요.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생각이 왜 나왔는지 또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으면서 또 생각하게 되요. 그러면서 생각이 크고 넓고 깊어져요. 이 모든 시간들은 더 나은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아이들은 어린이철학수업이라는 이 시간으로 함께 철학하는 중입니다.




도서관에 간 사자



미셀 누드슨 글,

케니 호크스 그림,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0. 함께 읽기

- 읽고 싶은 만큼 소리내어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 친구의 읽는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만납니다.




1. 줄거리 요약하기

- 책을 읽고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하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 6하원칙으로 요약하기

- 핵심어로 요약하기

"조용해야하는 도서관에서 사자가 잘 지내다가 관장님이 다쳐서 소리를 지른 일로 도서관에 더 이상 못하게 되자 도서관의 규칙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2. 생각나무 그리기 (김혜숙 선생님의 철학수업레시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용합니다.)

- 인상적인 장면, 생각이나 느낌,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만드는 나무입니다.


3. 철학탐구시간


(죠이)(에밀리) 사자는 왜 도서관에 갔을까?

(에릭) 사자는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동그래)(비) 맥비씨는 사자를 왜 질투했을까?

(라이언) 사자 침이 묻으면 더럽지 않을까?


1) 사자는 왜 도서관에 갔을까?

- 사자는 다른 장소가 아니라 도서관을 간 걸까? 이 질문이 왜 궁금했어?

- 사자랑 도서관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 그럼 왜 사자는 도서관에 갔을지 함께 상상해볼까?

- 그냥 가다보니 제일 가까운 건물이어서 들어간 거에요.

- 지나가다 우연히 봤는데 멋있었어요.

- 밥 먹고 싶어서 식당인 줄 알고 들어갔을 거에요. (그건 아닐 거 같아요, 냄새가 안 나잖아요.)

- 심심해서 갔어요.

- 책을 보고 싶어서 갔을 것 같아요.

- 아. 도서관 앞에 사자상이 있어서 사자와 관련된 곳이라고 생각하고 갔어요. (와.. 좋은 생각이다!)

- 친구들이 먼저 가보고 괜찮다고 소개해줬을 거 같아요.


가장 괜찮은 이유는 뭐 같니?

- 사자상이요, 그래서 갔을 거 같아요.


2) 맥비씨는 사자를 왜 질투했을까?

아이들은 이 장면을 인상적으로 읽어냈다.

사자의 등장으로 인해 맥피씨 마음이 불편했다. 사자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가졌고, 사자를 향한 표정도 좋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이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았고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맥피씨는 왜 사자를 질투했을까?

- 관심이 사자에게로 다 가니까 부러웠을 거 같아요.

- 자기 일을 뺏겨서요, 내가 할 일을 다 하니까 할 일이 없어지잖아요.

- 칭찬을 사자에게 다 빼앗긴 느낌일 거 같아요.

- 사자에 대한 나쁜 기억이 어릴 적에 있었을 거 같아요. 동물 중에 싫어하는 동물이거나.

- 사자가 그냥 싫었을 수도 있어요. 그냥 싫을 수 있죠? (맞아. 맞아)

- 자신이 도서관에서 필요없는 사람이 될까봐 무서웠어요.




혹시 너희들도 맥비씨 같은 경험이 있니?
뭔가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서
밀려난 것 같은 느낌?
내 자리를 뺏긴 경험이 있니?



(곰곰히 생각하더니)

- 저 있어요. 1학년 때 유치원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같이 초등학교 가서도 친했는데 다른 친구가 끼었어요, 갑자기 그냥 놀자고 해서 놀았는데 그 때부터 친구들이 나는 안 찾고 그 친구들만 찾았어요. 그래서 너무 슬펐어요.

-그랬구나.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니

-저도요. 어린이집에서 잘 놀던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모른 척 했어요. 내가 매일 하던 일들을 다른 아이들이 해버리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어린이집 그만 두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다른 친구가 또 생겼어요.

-다행이구나.

-저도 있었어요. 둘이 잘 놀고 있었고, 친구 집이랑 우리 집에도 오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친해지면서 저랑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정말 정말 이해할 수 없었고 속상했어요.

- 아 저도 있어요! 친구가 나랑 집에 같이 가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다른 친구랑 사라졌어요. 내가 필요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돌아오는 길에 우울했어요.

- 혹시 맥비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니?

- 처음엔 몰랐는데, 맥비씨가 사자를 쳐다보는 뒷모습이 슬퍼보였어요.

- 그럼 맥비씨도 그냥 사자랑 놀면 되는 거 아닌가요?

- 내가 할 일을 사자가 하니까 속상한 거지. 그냥 노는 게 아니잖아.




앞으로 내 자리를 빼앗겼을 때가 또 있을텐데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 엄마에게 말할 거에요. 그러면 내 마음을 토닥여주세요.

- 그 땐 울었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고 말하려고요. 나랑도 같이 놀자.

- 우선 집으로 와서 책을 읽을 거에요. 너무 슬프니까요

- 왜 이런 마음이 들까 생각해볼거에요. 그리고나서 결정할래요.



혹시 너희가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경험이 있니?

- 저도 제 단짝이랑만 놀고 싶어서 다른 친구들이 오면 뭐라고 했었어요.

- 엄마를 차지하려고 동생을 때렸어요.

-저는 없지만 그런 친구를 봤었어요.



맥비씨한테 혹시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적어볼래?

- 맥비씨, 사자가 싫었음에도 사자를 다시 데리고 온 당신이 존경스러워요.

- 맥비씨, 사자랑 같이 잘 지내봐요.

- 사자한테 쉬는 날이라고 말해요.

- 맥비씨, 저는 사자보다 맥비씨가 더 좋아요. 힘내요.

- 사자와 잘 살아봐요.




4. 수업 소감

- 오늘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 같이 읽으니까 정말 재밌어요.

- 두 시간으로 시간을 늘리면 좋겠어요.

-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어요.




원래는 '규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준비한 책이었다. 하지만 오늘 책모임에서 아이들의 질문과 대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나 또한 몇 번을 읽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맥비씨가 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빼꼼 내민 얼굴과 표정이 눈에 들어와서 "왜 질투했을까"라고 질문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이 질문을 선택해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림책으로 우리들이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았다. 아이들의 삶과 그림책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관계에서 소외당할 때가 누구나 있다. 그 느낌을 떠올리면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느낌을 서로 나눌 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며 위로를 얻게 된다. 오늘도 그러했다.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오갔다.


그리고 그런 경험으로부터 앞으로 내 자리를 빼앗길 때 어떻게 해야할지, 내가 빼앗았던 그 자리의 의미도 생각해보았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사자 뒤에서 사자를 부러워했던 맥비씨에게 힘내라고 건내고, 사자와 관계를 맺으라고 말해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시간이 헛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란다. 그걸 바라봄이 큰 기쁨이다.


20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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