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이야기를 왜 해요?

어린이들이 왜 철학을 해야해요?

by 동그래





어린이들과 철학하고 있습니다.



아홉 살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궁금한 내용을 질문으로 만들고, 그 질문으로부터 생각을 서로 나누며 생각을 탐구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날은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고, 어떤 날은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과 철학 수업을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정답 없는 이야기를 해요?

아이들에게 그런 말 자꾸 하게 하면 삐뚤어지는 건 아닌가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처럼 하는 거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과연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요? 말장난을 배우는 건 아닐까요?





맞아요. 우리들은 만나서 정답없는 이야기들을 주로 합니다. 우정이 무엇인지, 눈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질투라는 감정은 왜 생기는지, 그런 질투가 들 때 나는 어떻게 했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왜 전쟁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그런 이야기들은 왜 하는 걸까요?



왜냐하면. 우리 인생이 정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고, 좋은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고 괴로운 날도 있고 웃을 날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매일 주어지지만 그 모습들은 매일 달라집니다. 이전 글에서 철학은 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어린이 철학은 어린이가 철학을 하는 것이고요. 철학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왜 나왔는지 또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으면서 또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깨닫기도 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깨지기도 합니다. 더 궁금한 것이 생기게 되고,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이 크고 넓고 깊어집니다. 이 모든 시간들은 더 나은 생각, 곧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답이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나은지 생각해보는 시간, 그것이 어린이와 함께 철학을 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이 시간은 하나의 수업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더 많이 이뤄지지요. 친한 친구와 싸우고 절교할거야. 라고 돌아서는 그 시간부터 우정과 친구,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탐구하게 되니까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작은 사람으로 보고 작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잘 전수해야겠다고 다가갔던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더 나은 생각을 하기 위해 부던히 애를 씁니다.



현재 4살인(39개월) 셋째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이번 12월에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울지 않아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지금 울지 않는다.

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3단 논법이 머리 속에서 착착 진행되어 울음을 삼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울지 않아야 선물을 주는 거야? 우는 건 나쁜 거야? 울지 않을 수 있어? 오빠랑 누나는 울었는데 왜 선물을 받았었어? 엄마도 선물을 받았었어? 그러면 엄마도 울지 않았던 거야?" 라고 질문합니다. 도대체 산타는 왜 울지 않아야 선물을 주는 것인지,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 것인지 그 작은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24일 밤, 산타와 전화통화하는 어플을 이용해서 산타와 이야기를 하는데 대뜸 "오빠는 울었어요."라고 말합니다. 평소 자신과 잘 놀아주지 않은 오빠에게는 선물을 주지 말라는 거지요. 너도 울었잖아. 했더니 "나는 안 울거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울지 않을테니 꼭 주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얼른 끊으라고 하네요.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것인지까지 연결이 됩니다.


25일 아침, 산타에서 선물을 받은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엄마, 울어도 선물 줘요." "응?" "산타할아버지는 울어도 선물 줘요. 그러니까 그 노래는 이상해요." 아이의 머릿 속은 또 굴러갑니다. 이제 울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또 다른 생각으로 선택을 하겠지요.




아이들과 철학함은 이런 모든 일상에서 이뤄집니다. 아이들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또 그 생각을 다른 이와 나누면서 수정해갑니다. 그러면서 자라납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이미 철학자이고, 앞으로도 철학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갈 겁니다. 우리에게 확실한 정답이 주어진 삶의 모양이 얼마나 될까요. 정답이 없는 삶이니, 우리도 계속 철학을 해야할 것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일상에서의 철학함, 그리고 특별한 수업을 통해 해보는 철학함. 이 두가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let's do Philosophy with Children!


저는 특별히 그림책으로 철학하는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림책은 철학하기 아주 좋은 도구인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이야기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들도 많고, 어떤 주제가 함축적으로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tmi*

저도 잘 몰라요. 더 잘 알고 싶어서 철학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삶에 대해 이야기핮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중이에요!







#그림책으로철학하기

#어린이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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