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안 싸면 안 예뻐?”
<어떤 조건이 아닌 존재로 말하기>
막내가 화장실에서 끙하고 변을 보았다.
“똥도 잘 싸고 참 이쁘네!“
”내가 똥 안 싸면?“(아기의 말투로 상상하며)
”응?“
”똥 안싸 안 이뻐?“
”아니! 똥 안 싸도 이쁘지!“
”오 예“ 하면서 방방 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똥을 잘 싸서 예쁘다 라는 말은 어떤 전제 조건이 있는 것으로 그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예쁘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즉 조건으로 존재를 인정해주는 거다. 하지만 은송이는 내게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을 때도 예쁘냐고 물었고, 그건 어떤 조건을 걸지 않는 존재 자체로의 예쁨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언어에 조건절로 말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이거 해주면 이거 해줄게(거래) 이걸 해야지 초등학생 3학년 수준이지. 네가 이럴 때 나는 좋아. 물론 이러한 말이 필요한 때가 있겠지만, 주된 언어의 패턴이 이러하다면 그건 별로인 것 같다. 흔히 부모의 사랑이 •조건없는 사랑”•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성립되려면 내 언어도 바뀔 필요가 있다.
예쁜데 똥도 잘 싸네.
참 예쁘다. 똥도 예쁘다.
말의 순서를 조금만 바꿔도 의미가 달라진다.
아이에게 조건을 달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보상이든 조건이든 인정이든, 타인의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아이들이 노력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할 수 있으니. 그저 너라서 좋다. 라고 말해줘야겠다.
-솔직히 아이들은 이미 자기 삶을 잘 살아보려고. 잘 해보려고 이곳 저곳에서 무척 애쓰고 있다. 그걸 (좀) 기억해!
#딩동댕송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