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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빙하가 녹아 집을 잃은 눈보라에게

by 동그래

아주 오랜만에 우리 생각탐험대들을 만났어요. 한 달만이네요.

코로나로 줌으로 처음 만났는데 역시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훨씬 재밌고 좋다는 걸 깨닫습니다.


오늘의 그림책은 <눈보라/ 강경수>입니다.


한때는 새하얀 겨울 왕국의 제일가는 사냥꾼이었으나 빙하가 녹아내리는 오늘날 북극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극곰 ‘눈보라’. 사냥터인 얼음을 잃고 이제 땅 위를 걸어야 하는 눈보라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사람의 마을을 찾는다. 그러나 그런 눈보라를 맞이하는 것은 북극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고함과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돌, 그리고 위협적으로 번뜩이는 총구다. 스스로 사냥해서 살아가는 본능을 잃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삶을 이어 가던 눈보라는 살아남기 위해 일생일대의 결심을 내리는데……. (출판사 제공 줄거리)




내용이해를 하고, 생각나무를 그려봤어요.

이번 질문만들기는 <눈보라>와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유롭게 질문을 만들기도 하지만 교사가 <나와 다른,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고 있는 한 인물>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도록 질문을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

1. 총에 맞을 뻔 했을 때 어땠니?

2.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니?

3. 너는 어떻게 되고 싶니?

4. 왜 북극곰은 싫어하고 판다만 좋아했는지 아니?

5. 왜 판다로 변하고 싶었니?

6. 눈에 쌓여 도망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7.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8. 눈보라야. 언제 집을 잃었니?

9. 판다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잘 해줬을 때 기분이 어땠니?

10. 너의 집은 왜 사라지게 된 걸까?

11. 눈보라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억울하지 않니?


<사람들에게>

1. 왜 북극곰은 싫어해요? 당신들이 북극곰이라 생각해보세요.

2. 왜 눈보라가 싫다고 생각하나요?

3. 사람들이 빙하를 녹게 해 놓고 왜 북극곰을 죽이려 하나요?

4. 빙하가 녹게 된 이유가 누구에게 있나요?

5. 여러분의 집이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눈보라 인터뷰> 눈보라 역할은 교사가 했습니다.

북극에 사는 눈보라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 눈보라야, 사람들이 총으로 너를 쏘려고 할 때 기분이 어땠니?

- 정말 무서웠어. 정말 정말 배가 고파서 갔었는데 잘 해주던 사람들이 내가 북극곰이라고 죽이려고 하니까 억울한 마음도 들었어. 왜 나를 안 좋아하는지 알고 있니?

* 너가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럴거야.

- 나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아. 나는 집이 없고 먹을 것이 힘들어서 찾아간 거야.

* 사람들이 판다인줄 알고 잘 해줬을 때 기분이 어땠니?

- 정말 좋았어. 무엇보다 한 달간 못 먹어서 배고팠는데 정말 배부르게 잘 먹어서 좋았어.

* 왜 집이 없어진거니?

- 그건 나도 잘 몰라. 어릴 적에 내가 살던 빙하가 갑자기 녹기 시작해서 엄마와 헤어지게 되었어. 혼자 남아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빙하가 점점 사라져서 더 이상 내가 갈 곳이 없었어.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니 물고기도 많이 사라져서 사냥을 하기도 어려워졌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너희는 아니?

* 그건 인간 때문이야.

-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래? 나는 정말 모르는 일이거든.

* 지구온난화 때문이야. 그게 뭐냐면 인간들이 에너지를 마구 써서 지구가 뜨거워져서 빙하가 녹는 거야. 너는 잘못한 것이 없어.

-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나는 총까지 맞아야 하는 걸까? 억울해.

* 미안해.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니?

- 나는 또 빙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어. 다시는 사람에게 가진 않을거야.

* 사람들이 너를 잘 도와준다면 다시 올거니?

- 그러면 올수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무서워. 너희가 나를 도와줄 수 있겠니?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어.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집을 짓는 건축가도 아니거든.

- 그래도 도와줘.

*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 집이 있으면 좋겠어. 엄마도 만나고 싶고, 물고기 사냥하면서 이전처럼 살고 싶어.


마무리하면서 <북극곰이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를 적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눈보라 속에 있어. 심장이 마구 뛰어. 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유)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너무 억울해. 너희가 내가 판다 였을 때는 좋아해줬는데 왜 북극곰인 나는 좋아해주지 않을까? 아직도 궁금해. (호)

사람들아. 나는 지금 너무 배고프고 힘들어. 나를 도와줘. (비)

사람들아 들어라 나는 거의 평생의 반을 떠돌아 다녔는데 거의 마지막 북극곰일텐데, 딱 하루 만이라도 좋으니 먹을 것과 잠 잘곳을 마련해주길 바래요(현)

인간들에게, 내가 지금 어딨는지 알고 있나요? 난 지금 녹고 있는 얼음 위에 있어요. 이 얼음도 녹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이)

당신들이 북극곰이라고 생각해보아요(규)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자기들도 그 인간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북극곰의 입장이 되어보니 빙하가 녹는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그리고 자신들의 집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집을 잃어가는 북극곰의 마음을 알고, 이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지구온난화의 개념과 의미, 이유와 대안찾기 등을 해보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어리지만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도. 아이들도 지구에 사는 한 잘 생각하고 잘 판단하고 살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는데, 그 판단 기준에 "지구와 함께 공존하기" "지구를 뜨겁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포함되면 좋겠다.


이것이 철학수업이냐, 환경교육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강의식으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 등으로 감각적으로 깨달아가고, 이성적으로 판단해가면서 생각을 키워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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