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이제 곧 마흔

by 이태원댄싱머신

나이 드는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나는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며칠 있으면 마흔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몇 년 남았다. 한 살이라도 줄여보려고 만으로 나이를 세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안쓰러워서, 정면돌파 하려는 나름의 발버둥이다. 사실 나이 먹는 게 두려운 건, 한 살이라도 줄이려는 사람이나 반대로 몇 살 붙이려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나를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시간과 결부되어 위치가 정해진다. 시간 속에 자신의 자리를 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곡선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 곡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는 시간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로잡는 공포를 느끼며 거기에 가장 위험한 적이 있음을 인식한다. 내일, 그는 내일을 바라고 살겠지만, 그의 본연의 존재 자체는 내일을 거부해야만 할 것이다. 이 본능의 저항이 바로 부조리다.
_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몇 년 후에 이런 걸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편 그 몇년 후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과연 부조리다.


삼십세

그늘진 말들이 와서
가만히 안아주었네
빨리 늙고 싶은 마음들이 함께
차가운 맹지에 숨어들었네
끝내 묻지 않고 묻어둘 수도 없는
침묵은 다 벗은 상처의 끝물이었네
서로를 베어물면 햇볕마저 시고 떫었네
누구라도 먼저 져버리길
애타게 기다리지 않고
이미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들로
사랑을 나누며 잠이 들었네
바람꽃 앞에 내던진 시간,
늘어진 속옷처럼 놓아버린 마음들이
꽃자리에 머물렀네, 저만치
떠올릴 때마다 새벽 가등이 꺼지네
어스름 속으로 푸르게 돌아보면
짓다 말고 버리고 온 집이 한채,
그 자리에 선 채로 늙고 있네

_박신규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