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재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고양이를 테마로 해서 전시도 하고 책도 팔고 굿즈도 판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서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고양이 관련 미니북을 만들어서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선보였던 꼬깜북은 총 9종의 책이 내용만 달라지고 같은 판형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공장만 돌리면 되었다. 물론 가내수공업이니 말이 공장이지, 테이블이 컨베이어벨트고 내 손이 생산설비다. 이번엔 다양한 분량과 판형을 실험하였다. 인쇄해서 만들어보고 측정하고 고민하다 수정하고 다시 인쇄해서 만들어보는 무한 반복으로 인해, 손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뇌도 정신없이 돌아갔고, 이로 인해 잘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졸음이 밀려온다.
아무튼 이렇게 총 8종의 고양이 책을 만들었다. 하나는 고양이산이다. 항상 북페어에 가지고 다니며 소개했고 가장 많이 사랑받는 꼬깜북의 대표작이다. 고양이산의 영어버전을 새로 만들었고, 나머지 6종은 새로 선보였다. 실험적인 시도도 있고 그냥 고양이 사진이 좀 들어간다는 이유로 억지로 집어넣은 책도 있다. 표지는 코팅하지 않았다. 읽은 만큼 사용감이 책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냥 뜯어서 버리는 비닐은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지퍼백에 담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언젠가 미니북이 썩어서 없어지더라도 지퍼백은 홀로 남아서 미니북을 추억할 것이다.
전시 : 고양이 테마 기획전 / 냥이데이 in 전주 주소 :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3길 17, 뿌리빌딩 3F 복합문화공간 주주 시간 : 2024년 1월 6일 - 1월 21일 AM 11시 - PM 9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다.
고양이산
빠이 고양이산의 전설, 필요 이상으로 귀여운 고양이 동화책. 5천원
가장 사랑받는 책. 아이들은 귀여운 그림과 극적인 서사를 즐길 수 있고, 어른은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유추하며 읽을 수 있다.
CAT MOUNTAIN
빠이 고양이산의 영어버전.
외국인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으나,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로 인해 학부모가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CAT DRAWING RISOGRAPH
화려한 색상의 고양이 그림 모음집. 5천원
글은 없고 드로잉만 모았다. 다 만들고 생각해보니 글도 넣을걸 그랬나 하는 의문이 든다.
미르와 큼큼이 2022
수박와구와구 사랑이 가득 담긴 고양이 사진집.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잠옷 사진이 특징이다. 8천원
피사체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당사자는 매우 민망해 한다. 짧은 글도 실었다. 누구나 글을 읽고 나면 이 사진집을 더 좋아하게 될 거라 믿는다. 책은 미니북치고 조금 큰 편이다. 크기 핑계로 가격을 올렸다.
책 속으로
아마도 너는 나를 만나려고 버려졌고, 나는 너를 만나려고 아팠나 보다. 이런 걸 묘연이라고 하는 거겠지. 내 곁에 와줘서 고맙다. 미르
회전문서재 2022
이태원댄싱머신 독립서점 회전문서재의 2022년 기록. 7천원
사진집이다. 마지막에 서점지기의 짧은 글이 들어있다. 그외에는 전부 서점 사진이고 고양이가 같이 찍힌 사진도 몇장 있다. 고양이 테마의 기획전이라고 해서 표지에 굳이 고양이 사진을 넣고 만들었다. 서점지기는 너무 좋은데, 이걸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고양이와 지렁이
이태원댄싱머신 제목이 곧 내용. 근데 웃기다. 5천원
이 미니북은 제본하지 않았다. 그래서 촤악 펼쳐진다. 책처럼 넘기며 다 읽고 나서 펼치면 한장의 종이가 된다. 멋진 그림이 나온다.
책 속으로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자그마한 친구고 많이 먹는 편도 아니다. 그래도 요리를 하려고 하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가스레인지를 켜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듣는다. 불을 켜는 순간부터 상을 다 차릴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울어댄다. 응, 알았어, 금방 줄게. 왠지 쫓기는 기분으로 서둘러서 요리를 하게 된다.
대형책과 고양이 마케팅
이태원댄싱머신 대형책을 찍다가 고양이도 같이 찍었다. 사실상 홍보용 책자. 5천원
우리가 만든 대형책을 사진 찍고, 고양이도 같이 찍었다. 그 사진 모음이다. 당연히 대형책에 들어있는 문구도 일부 인용했다. 홍보용 책자를 돈 내고 사는 호구, 아니 호기로운 독자를 기다린다.
책 속으로
이후 나온 책은 무조건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어떤 홍보 사진도 고양이 마케팅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고양이는 귀엽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귀여움은 정의할 수도 없고, 측정될 수도 없다. 정확히 어떤 주술적 효과를 가지는지도 모르지만, 넋 놓고 보게 된다. 이제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고양이가 그걸 알려주었다
수박와구와구 애정을 적당히 담은 에세이. 지식은 살짝 부족한 백과사전. 어이없음에서 나온 고양이 비판서. 1만3천원
깍뚝북이다. 다른 미니북은 꼬깜북이라 부른다. 추운 겨울 곶감처럼 쟁여놓고 하나씩 빼먹는다는 뜻이다. 이거 하나만 깍뚝북이다. 일단 이름은 귀엽게 붙이고 만들었는데, 이걸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반 꼬깜북이 30페이지에서 38페이지 정도인데, 이건 100페이지다.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꼬깜북은 한시간에 두세 개도 만들지만, 이건 몇시간 걸려서 하나 겨우 만든다.
가격을 엄청 고민했다. 일반 꼬깜북은 4천원에서 시작한다. 이건 얼마로 해야할까. 처음엔 8천원 정도로 생각했다. 독자의 소비패턴을 고려한 합리적 가격설정이다. 하지만 그랬다가 사람들이 많이 사면 어떡하지, 또 만들 자신이 없는데... 망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가격은 1만5천원으로 치솟았다. 그런데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사면 어떡하지, 기운빠지지 않을까... 정반대의 고민에 부딪히면서 가격은 다시 1만3천원으로 내려갔다.
고양이 미니북싸개
꽃기린 2천원
천주머니에 고양이를 수놓았다. 서점지기인 꽃기린이 직접 했는데 딸랑 2개 만들어놓고 힘들다고 쓰러졌다.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두 천주머니의 그림이 다르다.
전시용 미니미니북
비매품
판매용책만 딱 만들어서 보내면 혹시 안 이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굳이 만들 필요없는 미니미니북을 만들었다. 이거 4개를 모으면 판매용 미니북 1개 정도 크기가 된다.
고양이테마 전시에 맞게 그림은 다 고양이다. 뒷면에 추가로 뭘 인쇄한 미니미니북도 있다. 우리 출판사 이름인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그리고 전시 이름은 #냥이데이in전주 그리고 마지막은 QR코드다. 이걸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홈페이지로 연결되어서 자세한 설명(바로 지금 이 페이지)을 볼 수 있다.
다 만들고 나서 미니북싸개(천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내용도 없는 빈 노트라 팔건 아닌데, 어떡하지. 미니북 여러권 산 분 드려야 하나...
샘플 한권을 제외하고 새책 5권씩은 지퍼백에 담겨있다. 깍뚝북만 예외적으로 판매용이 2권뿐이다. 더이상 못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