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면서 느낀 것
엄마라는 이름
엄마라는 이름은 거저 얻음과 동시에 거저 얻기 어렵다. 난임 혹은 딩크족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 후 엄마가 된다. 동시에, 엄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도 엄마라는 이름이 어색한 이들이 있다. 내 경우, 결혼을 원했고 언젠가 엄마가 되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으니, 엄마라는 이름을 (외적으로) 거저 얻음과 동시에 (내적으로) 거저 얻기 어려운 사람, 바로 나였다.
닥치면 하게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첫째가 100일이 다 되도록 ‘아기 엄마’라는 이름은 꽤나 어색했다. 혼자 돌아다니면 학생 소리를 듣는 내가 아기 엄마라니. 하지만 웃는 정이 무섭다고 하지 않나. 나를 향해 웃는 햇살 같은 아기의 미소에, 시나브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가령가령한 표정과 반드러운 옹알이는 나를 행복한 시간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그렇게 엄마라는 가온 속에 들어가 버렸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가령가령하다: 깨끗하고 곱다.
*반드럽다: 깔깔하지 아니하고 윤기가 나도록 매끄럽다.
(네이버 국어사전)
육아라는 이름
육아. 겪어본 사람은 ‘힘들어, 그거 다시는 못해.’라는 말부터 ‘그때가 정말 좋았지.‘라는 말까지, 아이의 표정만큼 그 반응도 다양하다. 육아할 때 가장 힘든 두 가지를 뽑으라면 단연 ‘잠’과 ‘병’이다.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잠’. 육아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제다. 아무리 순한 아기라서 통잠을 잔다 해도, 양육자와 아기의 수면시간과 패턴이 같을 리 없다. 사람이니 힘들 수밖에 없다. 시차 적응도 어려움을 겪는 게 사람인데, ‘엄마’라고 어디 가당찮은가.
수면의 질은 일상생활과 밀접하다. 질이 떨어지면 짜증이 늘어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충돌하기도 하고 , 업무의 집중도가 낮아지며 스트레스, 우울증까지도 연결이 된다. 이때 양육자는 아기의 수면시간을 잘 파악해 자신의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밤에 깨지 않고 잘 자도록 낮시간에 아기의 신체 움직임을 조절해 줄 필요도 있다.
다음은 ‘병’이다. 부모가 되면 많이 하는 거짓말 중에 하나가,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이라는 말이다. 물론, 악의적인 거짓말도 착한 거짓말도 아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담은 진실한 말이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기에 거짓말이라고 표현했다. 어른은 몸이 안 좋으면 표현할 수 있고 통증이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왜 아픈지, 얼마나 아플지, 어떤 과정 중에 있는지 알지를 못하니 그 고통과 괴로움은 오로시 양육자의 몫이다.
물론 ‘잠’과 ‘병’ 이 두 가지만 해결이 된다면 나머지 육아가 쉬워지느냐. 단연코 아니다. 다만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서 5단계, 4단계를 차지하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와도 연관된 ‘잠’과 ‘병’. 이 2가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이 안 되니 육아하는데 고충이 따르는 건 당연지사다.
내 삶이 풍성해지는 시기
육아기간, 힘이 드는가. 내 몸도 건장하지 못한데 잠을 충분히 못 자서, 혹은 아픈 아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겪고 있는가. 아이가 제법 커서 손은 덜 가지만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가.
어려움, 아픔이 주는 우울감, 상실감, 패배감에 빠지지 마시길. 지금 당신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다. 하루살이가 연속으로 이어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숙제들이 떠 안겨질 때가 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가. 한 가지를 극복하면 이전에 생각지 못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까지 하게 되니.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고비를 오늘도 잘 넘겨서,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듯 툭툭 털어내길 바란다. 잘 버티고 살아내면 내 삶이 더욱 강담해질테고, 지혜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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