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
우리 집은 1층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거실 창문에는 암막 커튼이, 베란다 창문에는 롤 블라인드가 있다. 매일 아침, 내가 아침을 열어 동창이 밝았음을 알려주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몫이 되었지만. 그게 문제였나보다.
매일 아침을 열던 나는, 새벽하늘도 보았고 해가 쨍 오른 아침도 보았다. 마른하늘도 보았고 촉촉하게 젖은 하늘도 보았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도 보았고 수목원을 연상케하는 초록으로 무성한 나무도 보았다. 이른 시간에 창이 열릴 때만 하늘을 볼 여유가 있다. 바쁜 등교, 출근 준비 시간 혹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간식이나 저녁을 준비하면서 창밖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최근 아이들이 당번을 하면서부터 아침 하늘을 보기 어려워졌다. 아직 습관이 잡히지 않은 터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드디어 아이가 블라인드를 제때 열었는데, 정말 입이 딱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분명 초록 나뭇잎이 가을을 준비하려 서서히 색이 빠져가는 느낌이기는 했는데, 언제 저렇게 울긋불긋 통째로 옷을 갈아입었는지. 갑작스런 기온 변화 때문인지, 아이들의 블라인드 열기 습관이 들기까지 시간이 걸려서인지. 계절의 변화를 이렇게 갑작스레 느끼다니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라는 계절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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