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그만두다.

몸무게를 늘려 보자.

by 젤라의 일기장

몇 달 전, 헬스 PT 수업 시간이었다.

“회원님 몸무게를 늘려보는 게 어때요?”

“몸무게를 늘리라고?” 살다 살다 처음 듣는 말이다. 다이어트는 해 봤지만 몸무게를 늘리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었는데.

“몸무게를 왜 늘려요? 지금 살 빼고 있는 참인데요.”

나의 떨떠름한 반응에 선생님은 거절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회원님! 회원님을 보면 배터리를 10퍼센트만 충전해서 쓰는 사람 같아요.”


‘10퍼센트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렇지 않아도 갱년기를 지나면서 몸이 축 늘어진 느낌이었다.

‘그래, 나는 늘 배터리가 작은 기분이었어. 충전해도 금방 방전되는 그런 사람.’ 선생님 따라 몸무게를 늘리면 체력도 느는 걸까?


지난 몇 주간 나는 체지방을 줄이려고 탄수화물을 확 줄여 섭취하고 있었던 터다. 체지방을 줄이고 간헐적 단식도 병행하다 보니 기력이 많이 빠졌었다. 체지방은 빠졌어도 근육 역시 쭉 빠진 상태였다. 이렇게 탄수화물을 줄이다가 다시 늘리면 근육은 회복하고 체지방은 더 쏙 빠진다. 하지만 이런 식단을 두 번째 하다 보니 웬일인지 다이어트 효과는 점점 줄어드는 것만 같다. ‘그래, 언제까지 이런 다이어트를 반복할 순 없지.’ 그렇지 않아도 탄수화물을 줄이면 이명이 오거나 이석증이 오곤 해서 고민이었던 참이다.

나는 선생님께 몸무게를 과감하게 늘려보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기뻐하며 식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자, 이제부터는 탄수화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충분히 섭취해요.”

선생님은 내게 목표를 주었다.

“회원님은 공복 상태에서 최소 55kg이 되어야 해요. 몸무게를 늘립시다.”

55kg이라면 지금보다 최소 3~4kg 늘려야 한다. 내가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은 끼니 당 최소 60g이었고 밥으로 치면 대략 한 공기 좀 못 되는 양이었다. 거기에 간식으로 탄수화물을 좀 더 채워야 한다. 단백질도 마찬가지로 끼니마다 내 손바닥만큼은 먹어야 한다. 거기에 야채도 먹어야 한다! ‘휴, 이걸 다 어떻게 채워 먹냐.’ 한 번에 먹는 양이 적은 나는 이 식단은 배불러서 다 먹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입에서 맛있는 음식은 멀리하고 건강식으로 잘 먹는 것도 고역이었다.


탄수화물을 늘리니 근육이 회복하고 체력도 올라갔다. 반쯤 감겨 있던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그에 맞춰 운동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신나서 운동량과 강도를 늘리니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피곤하고 근육통 때문에 아프고 또 먹느라 피곤하고.


“선생님 죽을 맛이에요. 운동이 너무 힘들어요.”

나의 하소연에 선생님은 콧 웃음 칠 뿐이다.

“회원님, 첫 달이라 그래요. 딱 한 달만 지나 보세요. 달라집니다.”

선생님은 운동하다 죽는 사람 없다며 매몰차게 몰아쳤다.


나는 꾸역꾸역 해냈다. 일상을 먹고 운동하는 걸로만 채우다 보니 가끔 ‘현타’가 오곤 했다.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는가.’ 그럴 때마다 갱년기를 지낸 언니들의 충고를 떠올렸다. 체력이 확 떨어지고 체지방이 3kg 찌고 근육이 매년 10퍼센트씩 빠진다며 미리 준비하라는 언니들의 충고가 귀에서 맴돌았다. 그러면 다시 운동할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 해야지.’

잘 먹고 운동한 지 세 번째 달이 되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인바디’ 상 체성분도 확연히 달라졌다. 몸무게는 53kg 후반대로 늘었고 근육도 매달 조금씩 늘어 내 인생 최고 수치가 되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힘도 좋아지고 운동 수행 능력도 좋아졌다. 체지방은 거의 변화가 없어도 오히려 날씬해 보인다. 만나는 사람들은 내 몸무게가 50kg도 안 되는 줄 안다! 체지방은 그대로인데 복부는 줄고 엉덩이는 커지는 쾌거까지! 신통방통한 일이다.


그동안 ‘클린 한 식단’만 한 건 아니다. 주말에는 과자, 라면, 햄버거, 피자도 먹었다. 약속 있을 때도 메뉴를 가리지 않고 고칼로리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도 먹었었다. 막 먹어대면 체지방이 조금 늘긴 해도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지방은 확 늘진 않았다. 나는 한때는 ‘저탄고지’도 해봤었는데 LDL 콜레스테롤만 높게 치솟아 그만두었다. 나 같은 ‘느린 대사’인 사람은 오히려 탄수화물을 먹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단은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 나이, 생활양식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올해가 운동하고 식단 한 지 7년 차 되는 해다. 그동안 나는 몸무게를 뺐다 다시 쪘다 반복하며 이런저런 식단을 적용해 봤었다. 이제야 지속 가능한 내 스타일을 찾았다. 적당히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많이 먹었다 싶으면 공복 시간 좀 늘리고 영양을 골고루 잘 챙겨 먹는 것. 뭐든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서 생활양식에 맞게 적용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고 괴롭지 않게 몸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달 한 달 지나면 배터리 10퍼센트가 아닌 50퍼센트, 100퍼센트까지도 충전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나도 ‘보디 프로필’을 찍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생각만 해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