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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Apr 29. 2023

<The Private Present> 작가노트

하얏트 서울 앞 경리단길 LOCOS BBQ 아트룸 프로젝트


‘로코스 아트룸 조이조 기획전 <The Private Present> 작가노트’


회화 전공이 아닌 내가 현재의 추상 작업 스타일에 완전히 도달하게 된 것은 런던 킹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던 때의 일이다. 무언가를 꼭 시각 언어로 설명해야만 한다면, 정형화된 대상의 외형을 굳이 그대로 나타내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나 대상의 외형 이면에 담긴 내면의 본질을 작품에 담고 싶었고, 이 때문에 한동안 교수진과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결국 나의 관점이 ’용기있다‘고 받아들여져 무사히 졸업을 했으니 다행이다.)


그때의 작업들을 계기로 독일 북부 지방의 한 국제 레지던시 공모에 선발되어 2011년 하반기를 그곳에서 보냈는데, 해당 기간에는 겨우내 몰아치는 발트해 연안의 폭풍 속에서 우주와 자연, 고립과 고독의 정서를 정신 없이 캔버스에 쏟아내기 바빴다. 조숙현 평론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간의 웅얼거림’에 충실하던 기간이었다.


2023년에 접어들면서는 우주의 광대함에서 눈을 돌려,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시간의 개념과 미시세계를 탐독하기에 이르렀다. 어떠한 사물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대상을 쪼개고 또 쪼개다 보면, 결국 물리적으로는 미세한 입자에 불과한 '원자'가 등장한다. 관념적으로는 나의 '의식' 곧 관찰자의 '관점'이 어떠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큰 축이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은 각각의 관찰자들의 시점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사건으로 존재하며, 우리가 믿는 '현재'란 공통적일 수 없다는 것이 양자를 다루는 현대 물리학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는 세상의 본질이다. 과학이 시간의 물리적 실체를 파헤치고 그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예술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환상을 다른 차원으로 인식하고 향유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The Private Present>에 펼쳐진 나의 ‘현재’는 지나온 과거의 변수와 미래 가능성이 중첩된, 2023년 조이조의 오묘하고 흐릿한 실체이다. 관객들 또한 오롯이 자신의 현재를 눈과 혀로 즐기며, 다시 오지 않을 2023년 5월을 만끽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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