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일기 #009

힘 들이지 않아도 물 흐르듯

by Joy Jo


그림도 관계도, 어떤 종류의 일이든 바짝 힘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풀려가는 것들이 있다.


최소 15년에서 20년 정도 알고 지낸 친구들 여덟이 모여 있는 대화창에는 예전만큼 잦은 알림이 뜨지는 않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면 긴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서로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지금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겪고 있는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피부로 이해하고 있기에 우리의 문장은 되려 한껏 가볍다.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근황과 고민으로 시작한 오늘의 대화는 재미로 보는 1:1 사주풀이로까지 이어지면서 장장 다섯 시간의 마라톤이 되었다.


그러다 툭툭, 내게 마침 필요했던 작은 아이디어들이 친구들의 손끝에서 튀어나왔다. 당장 내일의 액션 아이템에 들어갈 만한 것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변수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힘을 빼고 그 변수에 올라타면 오히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빠른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힘 들이지 않아도 물 흐르듯 이어지는 최적의 상태가 되도록 내일은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려 한다.


다섯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릴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즐거운 무게로, 내 행동의 근육이 조금 더 붙기까지 중량을 조절해야겠다.


Resonat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