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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는 오렌지

인연인지 악연인지 - 런던의 유학생

by Joy Jo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분명히 납입일에 맞추어 정확한 금액을 통장에 넣어 두었는데, 갑자기 학교 측에서 학비 분납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이 날아온 것이다. 언제까지 학비 전체를 납입하라는 통보와 함께. 첫 번째 납입액이 부족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황급히 거래 은행을 찾아 이체내역을 확인한 결과, 범인은 오렌지로 밝혀졌다. 요금제가 비교적 저렴한 프랑스계 통신회사여서 싼 맛에 계약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소리를 조금만 일찍 들었더라면……. 오렌지에서 정상적인 요금의 여덟 배를 인출해가는 바람에 학비로 나갔어야 할 금액에서 200파운드 정도 공백이 생겼던 것이다. 열 번쯤 항의 전화를 한 뒤에야 어눌한 말투의 인도계 상담원이 아닌 영국인 서비스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겨우 사과를 받아냈지만 돈을 돌려받는 데에는 삼 주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학비 분할 납부를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 학교 직원을 수없이 만나 사정해야 했다. 그러나 한 번 취소된 것은 사연이 어찌 되었든 되돌릴 방도가 없었다.


나는 지지 않아도 될 빚을 더해야 했고, 슬슬 이곳 공기의 무게조차 버거워졌다.



orange.png 바로 그 애증의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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