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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Mar 14. 2016

발목 잡는 오렌지

인연인지 악연인지 - 런던의 유학생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분명히 납입일에 맞추어 정확한 금액을 통장에 넣어 두었는데, 갑자기 학교 측에서 학비 분납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이 날아온 것이다. 언제까지 학비 전체를 납입하라는 통보와 함께. 첫 번째 납입액이 부족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황급히 거래 은행을 찾아 이체내역을 확인한 결과, 범인은 오렌지로 밝혀졌다. 요금제가 비교적 저렴한 프랑스계 통신회사여서 싼 맛에 계약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소리를 조금만 일찍 들었더라면……. 오렌지에서 정상적인 요금의 여덟 배를 인출해가는 바람에 학비로 나갔어야 할 금액에서 200파운드 정도 공백이 생겼던 것이다. 열 번쯤 항의 전화를 한 뒤에야 어눌한 말투의 인도계 상담원이 아닌 영국인 서비스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겨우 사과를 받아냈지만 돈을 돌려받는 데에는 삼 주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학비 분할 납부를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 학교 직원을 수없이 만나 사정해야 했다. 그러나 한 번 취소된 것은 사연이 어찌 되었든 되돌릴 방도가 없었다. 


나는 지지 않아도 될 빚을 더해야 했고, 슬슬 이곳 공기의 무게조차 버거워졌다.



바로 그 애증의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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