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Jo Mar 21. 2016

공포의 베드버그

인연인지 악연인지 - 런던의 유학생


일주일 뒤였다. 

급히 찾아낸 시원찮은 행복이 처절하게 부서진 것은.


온몸이 미치도록 가렵고, 아프고, 열이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베드버그에 물린 자국이 100개를 웃돌았다. 허름한 호스텔에 잘못 묵으면 베드버그 때문에 고생하게 된다는 충고의 말을 전에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지내야 할 내 방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치 못했다. 집주인은 베드버그의 근원지를 모르니 집세를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침대 매트를 들어내고 그 주변을 이 잡듯 뒤졌다. 점만 한 베드버그들이 매트를 지탱하던 나무틀 안쪽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보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기에 의아했지만 3번에서 5번 이상 연속적으로 물린 자국들로 보아 베드버그의 일종이 확실했다. 곳곳에 죽어있는 그것들을 보니 소름이 끼쳤다. 이것들 위에서 내가 감히 지난 시간을 위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참기 힘든 울분이 솟았다. 


다행히 이전에 머물던 집에서 2주 일찍 나온 상황이라 그 길로 그 집으로 피신을 할 수 있었다. 옷가지들은 모두 90도에 빨고 빨 수 없는 것들은 소독 스프레이를 사다 뿌렸다. 룸메이트는 고향에 잠시 돌아가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 집을 일찍 떠날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 소원해진 관계 탓에 미처 알 길이 없었다. 다른 방에 살던 사람들은 물론 나를 걱정해주기도 했지만 내가 혹시라도 베드버그를 달고 들어올까 두려워했다. 


필요한 응급처치를 모두 마치고 나니 다리가 풀렸다. 눈물은 침묵이 있은 한참 후에야 터져 나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바깥주인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이라 이성적으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나갔으니 집세는 돌려줄 수 없다니. 그럼 베드버그와 몇 밤을 더 지냈어야 한다는 말인가? 짧은 일주일이었지만 지내는 동안 구정이 끼어 있어 주인집 아이에게 작은 선물도 주고, 주인 내외와 살갑게 지냈는데 돈 문제가 끼어드니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었다. 한 달치 모두를 떼일 뻔하다가 주변 친구들이 강하게 대응해준 덕에 겨우겨우 3주 치를 돌려받았다. 


일 년 같이 지독한 일주일이다. 

생각만 해도 실소가 터져 나오는 반 년이다. 


내가 대체 영국에 무엇을 잘못한 걸까? 

대체 무엇을?


그 때의 심경을 그대로 담은 Nocturne. 베드버그가 나왔던 그 침대이다.


절망적이던 순간을 꿈으로의 도피로써 마무리 지은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공간의 부재는 곧 절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