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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Mar 26. 2021

내 힘으로 성공하고 말거야.

#193. 단편영화 <고온다습>


01.


‘재능은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생긴대. 내가 믿어 줄게.’


소설가 지망생이 되고 싶은 보코(문혜인 분)와 승현(이승현 분)은 함께 작업실을 공유하는 사이다. 같은 꿈을 꾸며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사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함께 하기에 훨씬 힘이 된다. 작업 일정을 조정하는 일로 출판사에 간 보코는 학교 선배였던 희제(서석규 분)를 만나게 된다. 출판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희제는 보코에게 자신의 신간 표지 일러스트를 부탁한다. 일러스트 작업은 그녀가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하고 있던 일이다. 보코는 마음에 썩 들지 않지만 고민 끝에 그 일을 맡기로 한다. 한편, 승현은 공모전에 낼 자신의 작품을 희제에게 보이며 조언을 얻고자 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보코는 희제에게 허리를 굽혀가며 아부를 떠는 것 같은 승현의 모습이 마뜩잖다. 하필이면, 작업실까지 들어와 그러는 꼴이 더 보기가 싫다.


김호정 감독의 영화 <고온다습>의 이야기다. 35분을 조금 넘는 이 작품은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모양의 방식을 취하려는 두 사람을 조명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그 자락에 닿고자 하는 보코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하루 빨리 성공하고자 하는 승현이다. 서로 다른 방식을 가진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과 승현이 도움을 구하려는 이가 보코와도 인연을 맺고 있는 희제라는 점은 충돌을 일으켜 문제를 발생시킨다. 더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 그 중에는 희제가 그녀에게 일러스트 작업을 맡긴 점도 유효한 부분이 될 것이다. – 보코는 희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 <고온다습>은 어떤 자격지심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바라는 본업의 길 위에서 성공한 지인으로부터 부업의 제안을 받은 것과 그 마뜩잖은 제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 그런 사람에게 저자세를 보여가며 자신의 작업물을 검사 받으려는 메이트.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어쩌면 당연하고 고마운 일일지도 모르는 일들이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독은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로의 어깨를 의지하던 이가 타인의 어깨를 바라볼 때 미워지는 이유가 이 영화 속에 담겨있는 셈이다.



02.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꿉꿉하고 덥고, 짜증나는 고온다습한 분위기가 영화를 내내 맴돌며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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