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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Mar 24. 2021

현실과 꿈 사이에 선 두 남자.

#192.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넘버링 무비의 모든 글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영화와 관련된 많은 내용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01.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성환(조성환 분)과 교환(구교환 분)이 한국에서 재회한다. 성환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꿈이 있었다. 가죽 공예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었던 성환. 그리고 어떻게든 영화판에서 살아남아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던 교환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한국에 남았던 교환은 굴삭기 면허증을 취득했고,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던 성환도 별다른 소득없이 중도 포기하고 돌아왔다. 어쨌든 다른 살 길을 찾은 교환을 보며 성환 역시 건설기계조종사 면허증을 딸까 하고 고민한다.


구교환, 이옥섭 연출의 단편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삶을 저울질하는 두 남자 성환과 교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그것을 온전한 업으로 삼고 살아가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취미 생활로만 남겨두기에는 미련이 남는 마음. 영화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그런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영화 속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지만,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특정 오브젝트들에 담긴 의미 역시 힘을 더한다. 가령, 지속적으로 비춰지는 가죽 공예품들이 대화 속에서는 직접 드러나지 않는 성환의 미련을 전달하는 식이다.



02.



‘꿈이 바뀐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것은 꿈이 사라진 것이고, 더 부끄러운 것은 꿈을 핑계로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에서 <방가방가>(2010)의 육상효 감독이 남긴 말을 차용한 부분은 이 작품의 전체를 아우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진다’고 알려진 이 작품의 연출 의도와도 서로 상응한다. 기존의 꿈을 포기하는 일도 쉽지 않고, 새로운 꿈을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삶은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 속 두 사람의 모습처럼 흔들리며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겁이 나기도 한다. 소중하고 간절하게 걸어온 이 걸음을 지금 포기하는 일이 혼자만 패배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 관두고 중장비 일 하는 거, 그거 진짜로 하는 거지?’ 교환에게 묻는 성환의 모습처럼.


 영화 <반도>(2020)의 서대위 역으로 상업 영화에까지 무사히 안착하며 대중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고 있는 배우 구교환과 영화 <메기>(2018)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기 시작한 이옥섭 감독의 작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관객들은 항상 정제되고 잘 포장된 장면에 익숙해져 있으니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상업 영화에 비해 짧고 투박하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여물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서 이뤄지는 두 사람의 대사는 압권이다. 구교환, 이옥섭이 함께 작업한 또 다른 작품들이 반드시 궁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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