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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Nov 22. 2022

13. [DAY 03] <교토에서 온 편지> GV

[GV] 영화제 상영작 <교토에서 온 편지> GV 내용

Q12. [DAY 03] 상영작 <교토에서 온 편지>



**이 글의 내용은 인터뷰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만 선별한 것으로 일부 작성자의 주관적 요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현장의 질문과 답변을 살리고자 하였음을 밝힙니다.


장소 :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6관

일시 : 10월 7일 10:45 (해당 작품 상영 직후)

참석자 : 김민주 감독, 한채아 배우, 차미경 배우, 송지현 배우



Q1. 영도라는 로케이션이 주는 의미와 스토리가 인상 깊었는데, 처음 각본 작업 시 배경 설정과 스토리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민주 감독 : 첫 장편영화인데,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제가 실제로 영도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어..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니다가 서울로 갔는데 그리고 영도 자체가 역사적으로 이방인이나 피난민이나 이런 분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고 저희 어머니도 똑같이 다른 나라에서 오시기도 하신 분이라서 그런 요소들을 다 섞인 배경을 실제로 배경으로 해도 적절히 들어맞겠다. 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스토리를 쓰게 되었습니다.



Q2. 아무래도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보니 머리 속에 시나리오를 쓸 때도 이미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들어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중요했던 것은 인물들, 엄마와 세 자매인데. 어떤 이미지들을 상상해 보셨고, 그래서 캐스팅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주 감독 : 우선 이미지적인 측면을 먼저 이야기하면, 사실 영도가 영화에 처음 나온 건 아니고, 그 동안 뭔가 장르물이나 어두운 영화에 안 좋은 장소로 많이 소개되긴 했어요.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 내가 실제로 살아왔던 곳인데 저렇게만 소비되는 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혜주가 풋풋하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공간도 사실은 다 뭔가 다른 영화에서는 범죄 현장처럼 쓰일 법한 공간이지만 극중 좀 다른 분위기로 그리고 싶었던 뭐 보이는 것들이나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만이 아닌, 영도 할매 귀신이라던지, 통통배를 타고 나가고, 이런 걸 넣어서 묘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그리고 제가 항상 영도에 살다 보니 항상 바다가 보여서, 어렸을 때 바다에 대한 감흥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중학교때도 창문을 열면 바다가 있고, 그래서 제가 혜주가 마지막에 서울에서는 바다가 안보인다고 했던 게, 저도 서울에 가서 그 생각을 한거죠. 당연히 안보인다는 건 알지만, ‘어? 진짜 안보이네’ 같은 생각을 했던 걸 이야기로 쓰게 되어서 최대한 바다가 많이 보이는 이미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Q3.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도 선명하게 갖고 계셨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님 만나면 좋겠다. 이런. 각 역할마다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김민주 감독 : 일단 주인공 혜영은 조금 제일 색채가 없었으면 했었어요. 그리고 서울에서 지금 내려왔고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라서. 한선화 배우님 독립영화 하신 작품들 보고 이미지가 맞을 것 같았고, 또 부산 출신이셔서 사투리도 잘 하시고 하셔서 캐스팅 하게 되었고, 첫째인 혜진은 조금 더 화려한 외모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라는, 좀 더 생활력 강하고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뚜렷하고 하지만 뭔가 고집있어 보이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으면 했고. 그래서 한채아 배우님을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혜주는 사랑받고 아직까지는 어떤 걱정이 없고 꿈을 향해 쫓아가는 느낌을 주고 싶어가지고. 최대한 사랑스러운 느낌의 배우를, 춤추러 다니고 이랬을때도 나빠보이지 않았으면, 최대한 순수해 보였으면 해서 엄청난 오디션을 봤고, 마지막에 송지현 배우가 제 눈 앞에 나타나서 하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엄마 역할은 차미경 배우님은 제가 진짜 여러 작품에서 사실 봐왔거든요. 그리고 부산 쪽에서도 워낙 유명하신 배우이시고. 그리고 뭔가 그냥 사실 그냥 떠올랐어요. 그래서 딱히 특별한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기보다는 사투리도 하시고 나이대도 맞고 그래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Q4. 배우님들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받아보시고 감독님 만나고 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하셨을지 궁금한데요.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문학적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첫 인상이 어떠셨는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채아 배우 : 일단 제 고향이 부산이라서 제가 지금까지 사투리 연기를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근데 그런 부분이 신선하게 저에게 다가왔고 그리고 부산이라는 곳에 갈 수 있는, (웃음) 집을 떠날 수 있는 그런 뭔가 제가 오롯이 이 시나리오와 이 작품에 제 마음과 열정을 쏟아부울 수 있겠다 라는 그런 게 막 자극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그곳이 부산이라서 더 좋았고. 그래서 이제 되게 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또 촬영을 하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하면서 차미경 선생님, 저희 세 자매랑 같이 촬영을 하면서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그런 감정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그 공간이 주는 따뜻함이 너무 좋았고. 그리고 엄마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았고 모든게 저한테는 굉장히 따뜻하고 친정 같은 그런 느낌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송지현 배우 : 어. 처음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따뜻한 영화더라고요.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아 이건 너무 하고 싶다. 근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사투리부터 일단 준비를 하자. 해서 (웃음) 그래서 그걸 받고 얼마 안있어서 바로 오디션을 봤어요.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어서 오디션 보는 당일 1시간 전에 한시간 정도 바짝 부산 분한테 딱 배워서 오디션 보러 갔거든요. 무작정 진짜. 그래서 열심히 해서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차미경 배우 : 어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으니 우리 엄마. 다들 영화 보시고 엄마 생각에 먹먹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우린 너무 엄마니까. 엄마라는 사람은 늘 그런 사람.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생각을 했어요. 엄마도 어느 순간에는 아기였고, 소녀였고. 지금도 여자이고. (울컥) 그런데도 그걸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보는 관객들이 엄마도 우리와 똑 같은 마음으로 그저 눈물을 참고 있는거지. 그러니까 엄마에 대한 생각이 그냥 엄마니까가 아니라 정말 소중한 친구니까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엄마에 대한 편견과 엄마에 대한 그런 모든 것이 다 영화 속에서 보여질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모든 세상의 엄마들에 대한 선물을 제가 할려고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Q5. 영화 상에서 한채아 배우님이 가출을 했다는 설정이 나오잖아요. 또 외국인 남자에게 이 곳 영도를 한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가출했을 때 어디에 갔다 왔을지 궁금해가지고..

한채아 : (감독님을 보면서) 저 어디로 갔었죠?


김민주 감독 : 어쨌든 영도를 벗어나 본적이 없다. 라는 게 영도의 물리적인 걸 이야기한 건 아니고. 뭐 동생이나 다른 친구들처럼 아예 가족에서 멀리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고. 어쨌든 직장도 영도 다리를 나가서 다니는 거니까. 그래서 가출했을 때 제가 그 장소까지는 상상을 못하고 썼는데 뭐. 그래도 뭐 부산 어디엔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한채아 배우 : 아 그 생각을 했었어야 했네요. 모르겠어요. 혜진이 영도에 대해서. 제가 영도의 길에 대해서 지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혜진이 고작 할 수 있는 거는 집에서 영도 다리를 건너서 거기까지인거 같아요. 자기가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어쨌든 집이 싫다기 보단 그냥 어떻게해서든 거기까지라도 가고 싶었던 그 혜진이라서 항상 그 영도 다리를 건넜던 것 같은데. 사실 가출한 거는 아빠와 시간을 그래도 제일 많이 했던 딸인데 아빠가 돌아가신 거에 대한 충격과 그런 슬픔 때문에 잠깐 방황하지 않았나 혜진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네.



Q6.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책임감이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표현 함에 있어서 감독님께서 어떤 디렉션을 주셨는지 또, 배우님들은 그런 부분들을 표현함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주 감독 : 중심에 가족 혹은 고향이라는 것이 있고. 뭔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생기는 죄책감? 그런 것들 때문에 계속 묶여있게 되고 같이 있을 때는 위하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오히려 밖에 나가서는 가족을 엄청 챙기고 이런 식으로 엮여 있는 걸 중점으로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고. 배우분들한테 그걸 뭐 설명하며 디렉션을 드렸다기 보다 아까 제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누군가 떠나고 싶고 이런 부분들은 시나리오 처음 설명할 때 드렸고. 저도 배우분들이 준비하실 때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차미경 배우 : 감독님 디렉션 많이 하셨습니다. (웃음) 배우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 타입은 아니시고 기다려주시는 편이신데요. 엄마 역할은 어릴 때 엄마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와서 그 시절 이라는 걸 생각을 해보니까 피해의식이 굉장히 컸을 것 같아요. 엄마를 그리워 하고, 또 놀림 받고 이래서 아마도 굉장히 그 피해의식이 계속 자라고 있게 되고, 또 자라는 과정에서도 그게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어 사람들하고 많이 차단하고. 좀 소심하고 이런. 그러니까 자기가 볼 수 있는 세계는 그러면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은 자꾸 미루면서 그렇게 지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엄마의 어려운 마음과 엄마에 대한 추억들 같은 걸 잘 표현해 내고 싶었어요.


송지현 배우 : 희주는 언니들에 비해서 많이 어려요. 열 몇살 차이가 많이 나서 언니들 사회 생활도 많이 하고 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정말 힘든 거구나를 알고 있었을 텐데 희주는 언니들 엄마한테 용돈받고 그냥 해맑기만 한 친구라 어떻게 보면 용기 있다고 볼 수 있죠. 서울로 혼자 떠나려고 하는게. 근데 희주는 막 나까지 문제를 일으키면 안된다. 이렇게 말했다시피 혜영 언니가 서울로 갈 때, 글 쓴다 했을 때 마찰이 있었던 거를 봐왔을 거잖아요. 근데 혜주는 언니들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혼나는 분위기였어요. 혼나는 느낌이니까 근데 굳이 혼나고 싶지 않으니까 혼자 숨기면서 확 떠나버려야지 그러지 않았을까 저는 생각했어요. 겁없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거였어요.


한채아 배우 : 저는 맏이잖아요. 지금은 모르겠는데 첫째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첫째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가족의 저희 딸 중에 제가 혜진이 잘 되어야지만 그래도 버팀목이 단단해야지만 셋째도 좋은 방향으로 커갈거라는 생각을 항상 했을 것 같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을 것 같고. 그래서 너무 도망가고 싶고. 사실 집이 도망갈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이 집이 아닌 이 공간이라던지 다른 세계에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들이 이제 이 집을 떠나고 싶고 또 가면 더 좋을 것 같고.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계속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은 건데. 혜진은 그렇지만 더 가족에게 자신을 조금 더 희생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조금 더 했던 것 같아서 굳건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혜진은 억눌렀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게 표현을 못하고 말도 틱틱거릴 수도 있고 더 화가 나있고 매사에 그런 부분이 더 있지 않았나. 자기를 억누르고 산다고. 이 모든 게 가족 때문이고 동생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내면에 항상 화가 있고 (웃음) 그렇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내가 해야될 일이다 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7. 인지 장애라고도 부르는 치매와 관련한 내용이 영화에서 간단하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주 감독 : 저도 이 소재를 선택하면서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함부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가 너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부분에서 말이죠. 실제로 이 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상처를 드리게 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기 보다는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마지막으로 되살려주고 선물해주자’라는 의도 아래에서 설정한 것이어서 그저 그동안 제가 고민해 왔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에 혜영이 다시 돌아와서 가족들 곁에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것 역시 얼마나 현실적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너무 과하게 따뜻하지는 않을지, 비현실적이지는 않을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아이러니하면서도 따뜻하게 끝내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거대한 메시지를 드리기보다는 그저 제가 그동안 고민해 왔던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솔직한 것 같아서 그렇게 그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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