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Actor's House : 한지민 2/2
**이 글의 내용은 인터뷰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만 선별한 것으로 일부 작성자의 주관적 요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현장의 질문과 답변을 살리고자 하였음을 밝힙니다.
장소 : 센텀시티 KNN 시어터
일시 : 10월 8일 18:00
참석자 : 한지민 배우, 백은하 기자(모더레이터)
**한지민 배우의 대답 가운데 놓인 괄호 안의 대사는 모더레이터인 백은하 기자의 말입니다.
21. [DAY 04] 한지민 배우와의 대화 1/2에서 이어집니다.
Q15. 사실 최근에 OTT <욘더>라는 작품을 찍기도 했지만. 실제로 많은 영화 배우든, 좀 더 진지하게 이 작업을 해내고 싶었던 사람들이 드라마라도 기꺼이 선택하게 되는 거에는, 말씀하셨던 대로 이런 제작 환경의 변화가 정말 크죠.
한지민 배우 : 너무 안 변할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게 변하더라고요)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요즘엔 잠을 자요. 사전 제작도 이제 많아져가지고 어, 환경이 훨씬 나아져서 드라마도 영화처럼 촬영하게 되고 대본도 많이 받은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고. 그래서 이제 영화만 하셨던 스탭들이나 배우분들 이제는 드라마도 많이 선택을 하시더라고요. 송강호 선배님도.
Q16.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런 세상은 그냥 오는 건 아니, 라고 저는 믿는 부분이 있어요. 왜냐하면 한 편의 영화를, 또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그리고 그 여성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를 찍고마는, 쩍어내는 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거겠죠. 저희가 지금 보게 될 영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첫 번째 영상 : 영화 <미쓰백> 영상
Q16-1. 단순히 불쌍한 한 아이를 그냥 안아주는 느낌이 아니라 저기에서 백상아는 와 이제 내가 다 바꿔놓겠어. 이런 뭔가 결심이 느껴지는 얼굴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한지민 배우 : 제가 저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상아가 자기를 닮은 그 지은이라는 아이를 계속 보면서도 뭔가 눈에 밟히지만 계속 외면하려고 하잖아요. 어.. 저 장면을 통해서 아 내가 이 아이를 구해주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내 과거와 정면으로 맞닥들어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그 과거와 이제는 마주하겠다 이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때도 이렇게 막 뛰어와서 코너를 돌아 이렇게 딱 섰는데 근데 저 위에 실제로 시아 양이 서 있어 줬거든요. 근데 그때 어.. 지은이가 아니라 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되게 시나리오에서의 글로 봤을 때 느낌보다 훨씬 더 이렇게 뭐라 그래야되지, 내 마음에 꽂혀서 울림이 오는 느낌이 정말로 달랐던 것 같아요. 더 컸던 것 같아요.
Q17. 그런데 실제로 찍혀 있는 장면을 봐도 시아씨와 진짜 한지민 배우, 닮아있는 얼굴 같아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게 그 마음이 더 잘 전달이 되어서 그래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영상을 보기 전에 이 <미쓰백>이라는 작품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이 지민 배우의 의지가 굉장했었던 거죠.
한지민 배우 : 음.. 처음 신기하게도 그 시나리오를 제가 새벽에 혼자 읽었었는데. 기존에 그렇게 다른 캐릭터들을 맞고 싶다 라는 그런 욕심도 있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작품을 봤을 때는 아 그런데 내가 하기엔 너무 버겁고 뭔가 좀 두려움이 많은데? 이런게 있었었어요. 근데 이거는 제가 했던 캐릭터랑 너무 다른 모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새벽에 바로 회사에 전화하고 싶었어요. 하겠다고. 그 정도로 그냥 시나리오를 읽은 느낌보다 어느 한 동네에서 찾아가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제가 바라본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잠깐 말씀드렸지만 제가 배우를 하게 된 동력 중에 하나가 많은 분들께 또한 감정적인 것들 전달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었잖아요. 어.. 근데 그 전에는 뭐 꼭 그런 의미를 두고 제가 선택을 하는 건 아닌데 제가 이제 사회학과를 나왔어요. 그러다보니까 이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이야기이기도 했고 너무 화가 나는 뉴스만 보면, (화가 많으신 편이세요?) 화가 많아요 요즘. 뉴스를 보면서. 그래서 이거는 꼭 필요한, 세상에 필요한 영화겠다. 그래서 그냥 두려움없이 무턱대고 시작한다고 했어요. 찍으면서 막 다시 물를 수 없나요? 막 이랬었어요. 정말 이게 괜찮은건가, 내가 해도 되나? 이런 순간들도 많이 있었지만 어, 시작은 뭔가 확 불타오른 것처럼, 누가 저한테 불을 붙인 것처럼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Q18. 2018년 10월 10일에 개봉을 했더라고요. 정말 오늘을 생각해보면 거의 딱 한 4년 정도가 되는 거 같아요.
한지민 배우 : 제가 2016년에 촬영을 헀거든요.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개봉을 안하더라고요. 못하고 있었어서 너무 죄송스러웠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어떻게 배급사가 생기고 개봉을 하기로 했는데, 마침 부산영화제 시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저도 이제 배우이다 보니까 언젠가 부산영화제에 내 작품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때마침 그때 부산영화제가 딱 기간이었어서 그것도 제가 이제 MC로, <미쓰백>이라는 저의 작품을 들고 올 수 있는 그런 꿈 같은 그때가 2018년 10월이었었어요.
Q18-1. 맞아요. 부산영화제와 또 <미쓰백>과 또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적절한 시기에 아름답게 만났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저는 이 영화의 시사회 끝나고 나서 아마 지민 배우랑 바로 인터뷰를 바로 끝나자마자 했었는데 엄청 울고 나와가지고 그때 정말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여자들을 이렇게 껴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그런, 그 벅참 같은 게 저는 또 생각이 기억이 나기도 하네요. 근데 그때만 해도 지민 배우가 계속 진짜 괜찮아요? 라고 저한테 너무 의심하는 눈치로 막 물어보셨었어요.
한지민 배우 : 저는 정말, 그래서 막상 개봉을 기다렸는데 막상 개봉을 한다니까 너무 무서운 거예요. 인제 나는, 하.. 인제 욕 먹을 각오를 딱 해야겠다. 욕 먹을 일 밖에 없겠다. 였었어요. 정말로. 그래서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기자님들한테 공개하는 그 전날에 잠을 하나도 못잤었어요. 정말 이렇게해서 갔고, 이제 나한테 질문하시면 정말 기자님들이 엄청 부지런하게 바로 바로 리뷰 기사를 써주시잖아요. 그래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어요. 그래 욕을 먹더라도 내가 어떤 이런 마음으로 했고 다시 돌아가도 했을거야. 그치만 욕을 먹어도 그래도 내가 달게 받아야지 이런 마음 밖에 없었어요 정말. (정말 그런 얼굴로 계시더라고요) 정말로 그래서 기자님들이 써준 기사를 하나둘 보는데 너무 약간 이상한데 이게 괜찮나 이럴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어요.
Q19. 하지만 그 후로 이 <미쓰백>이라는 작품은 한지민 배우의 대표작이 되었고 또 많은 사랑과 함께 또 쓰백러들과 또 그 뭐 정말 연기로서 가졌던 많은 상들을 또 받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했었죠. 뭐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미쓰백>이라는 작품이 어떤 가장 큰 성취를 본인한테 혹은 어떤 확신을 안겨줬었던 작품이 되었나요?
한지민 배우 : 다 찍은 상태에서도 제가 막 두려웠었다고 했잖아요. 그때 제가 어떤 수상 소감에 한번 말씀 드렸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또다른 어떠한 새로운 역할에 도전을 망설이는 시기가 온다면 이 <미쓰백>이라는 작품으로 인해서 주저하는 마음보다는 좀 용기가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 아직도 생각하면 되게 너무 꿈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어요. 근데 제가 완전 걱정충이다 보니까 걱정거리 1부터 10까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다 생각하는 편인데, 그 뒤에 좀 이제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그래도 대표님이 들으시면 여전히 걱정충이라고 하시곘지만 그래도 저는 미쓰백을 촬영하면서 성격도 굉장히 많이 바꼈거든요. 조금 난폭해지기도 한 것 같아요. 거침없어지기도 하고. (오 아주 매력적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은 그전까지는 그냥 마음으로 도전해야죠. 저는 끊임없이 도전하겠습니다. 이렇게 했더라면 이 작품으로 인해서 제가 더 큰 산을 마주하더라도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작품이 되어줬죠.
Q20.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항상 ‘아 저 안에 아주 진귀한 게 들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좀 드는데 뭔가 저 막이 하나 좀 더 깨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한지민 배우를 좀 지켜봤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이제 확 깨지는 느낌? 그 안에 뭔가가 나왔는데 정말 뭔가가 반짝반짝거리고 있구나 라고 확인하게 됐었던 작품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는 굉장히 또 잔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한 내용인데 사실 배우들에게 있어서 대부분 아주 집약적으로 압축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감정적으로도 거의 노동을 하듯이 인제 살아내다 보면 멘탈이라는 걸 어떻게 사실 관리한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게 회복시키고 또 다음 작품으로 나아가고 하는데 있어서 자기만의 어떤 노하우라면 노하우 방식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요.
한지민 배우 : 뭔가 막 집중적으로 몇 개월 모든 스탭 분들이랑 그 역할로 막 이렇게 살다가 딱 끝나면 다른 세계에 와서 인제 너무 공허한 마음이 커지게 되는 거예요. 어느 순간 제가 나는 인간 한지민으로의 삶을 굉장히 많이 쌓아 놔야겠다고 생각헀어요. 뭔가 제가 배우여서 일상적인 생활을 안했던 건 아니고 뭔가 성격적인 부분도 있었었는데 억지로라도 뭔가 저의 젊은 시절을 그냥 사람 한지민의 삶을 여러분들처럼 똑같이 다 누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노력을 해야겠다 생각을 헀었어요. 그래서 여기 계시는 분들은 다 직업이 있고 출근하시는 분들 개인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배우 일은 나에게도 똑같이 어떠한 일이다 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어디 이렇게 나가서 당연히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대중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인사해 주시고 하잖아요. 그 사랑 때문에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그게 좀 불편한 순간이 있긴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두려워서 나의 그 젊음 나의 사랑, 한지민의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헀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저를 가장 일상적으로 대해주는 사람 있잖아요. 막 대해주는 사람. 전혀 배우로 안 봐주고 귀엽게 안 봐주는 사람들 있잖아요. 뭘 해도 편할 수 있는 사람, 가장 편한 사람들이랑 제일 많이 코비드 전에 많이 했던 거는 가족들이랑 항상 여행을 갔었어요. 그런 일상 생활들을 하다보면 그래 난 이게 또 나의 삶이지. 이렇게, 그래서 여행이 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Q20-1. 그쵸. 그 집에는 본인보다 더 예쁜 엄마도 계시고 언니도 있고 조카들도 있고.
한지민 배우 : 그쵸. 제가 우리 집에서 가장 안예쁘다고 그랬다가 또 말 한마디 하면 너무 막 그래서 좀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제 눈에는 엄마랑 언니가 너무 예뻐서 그렇습니다.
Q20-2. 사실 그런 회복의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그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한지민 배우 : 뭔가 잘 비워내야 좀 새로운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어디 교과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맞아 쉽지 않아요. (본인이 터득, 몸으로 터득하고 채워야 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걸 깨닫게 된다는 것도 참 잔인한 직업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 그래서 저는 사랑도 그렇고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사랑의 시작도 못하는 사람이라서 이 비움을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21. 근데 이 영화 속에 미쓰백이 하는 대사 중에 나는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어. 대신 니 옆에 있을게. 지켜줄게. 이런 대사를 하는데 사실 이런 쓰백이의 태도는 보면 한지민 배우가 관객들에게 주는 태도하고 굉장히 닮아 있다라는 생각을 해요. 뭔가 굉장히 부담스럽게 강요하는 연기를 한다기보다 늘 그냥 그 옆에 있어줄 것 같은 그 든든함 같은 것들을 어느 순간부터는 더 받게 됐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삶의 태도 자체도 조금 또 그렇게 살아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한지민 배우 : 그런가요. 잘.. 뭔가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을 하고 제가 막 쌓아왔던 게 아니다 보니까 그게 이제 저의 삶의 태도가 어떤가 생각해 보면 음.. 제 개인적인 성격은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제가 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가장 사실 사람한테 필요한거는 마음이잖아요. 나에 대한 해답을 바라는 말을 해주는 것보다 그냥 나를 아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거가 저한테 가장 큰 위로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도 제 주변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한데. 근데 대중분들이나 관객분들한테는 음..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어찌됐건 배우이다 보니까 작품 밖에 없으니까 그것들을 가르쳐 줄 수는 없잖아요. (웃음) 드릴 수 있는 건 작품이다 보니까 그렇게 좀 여러분들 곁에 계속 물론 기회가 주어져야겠지만 그렇게 꾸준하게 계속 연기를 해나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은 당연히 있죠.
Q22. 그리고 최근에 또 정말 든든한 모습으로 저희가 또 사랑했었던 작품이 있습니다. 또 다음 영상 함께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영상 :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이 다운증후군 언니에 대해 말하며 울부짖는 장면.
Q22-1. 저는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노희경 작가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정도로, 사실 배우로서는 저런 신들이 진짜, 정말 어려운 신들이잖아요.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그러나 해내야 되는 대사와 분명한 메시지들을 전달하면서 그 마음까지 담아내는 그런 신.
한지민 배우 : 사실 영옥이가 진짜 쉽지 않았었어요. 정말, 실제 쌍둥이 언니가 다운증후군 친구가 연기를 했었어야 했고, 어.. 뭔가 저 신 하나로 꼭 다운증후군 뿐만이 아니라 장애를 갖고 있는 그런 가족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대변하는 이야기였어서 그래서 어떻게 글자로 보면 이게 굉장히 편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대사예요. 그리고 상대 배우는 대사가 없는 채로 (김우빈 씨가 정말) 김우빈 씨가 그래서 항상 웃더라고요. (웃음) 근데 저 신이 딱 대본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읽는데 너무 눈물이 쏟아져서 막 못 참겠는거예요. 그래서 이거를 진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대본이 두 장짜리였었어요. 보통 노희경 작가님 글에 행동 지문들은 다양해요. 설거지를 앞에 놓고 했다가 뒤에 보고 했다가 갑자기 가서 물을 먹고 앉았다가 이거를 다 한 씬인데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을 해야하는데 제가 컷마다 막 세팅을 바꾸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그거를 한 열 번 동안 같은 감정을 해야한다는 게 진짜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신이기도 한데 음.. 다행히 저한테는 선생님께서 이 역할을 주셨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저는 좀 가족분 중에 조금 먼 가족, 조카이기는 하지만 다운증후군 친구가 있고 가까운 친구들 중에 두 명이나 자폐랑 발달 장애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 사촌 언니나 가족들을 보면서 하.. 이제 어떻게 보면 간접적으로 많이 알고 있었죠. 그래도 이제 제가 어떻게 당사자만큼 알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저 신을 임할 때 생각한 그거는 영희 실제 은혜씨의 어머님이었어요. 정은혜 작가님의 어머님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촬영하기 전에 영희가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님이시거든요. 전시에 갔는데 어머님께서 다운 증후군 친구를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의 그 일대기를 그림 카드처럼 해서 설명을 듣는데 그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팠었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들을 좀 담아서 계속 어머니를 생각하고 제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이기는 해요 저한테는. 좀 기술적인 것들로 막 끊었어야 했기 때문에 네.
Q23. 그런데 사실 전공도 그렇고 어떤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그들을 연결해주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다 라는 그런 선한 마음과 사실 연기를 해내는 연기자로서 배우로서의 마음이라는 게 어느 하나가 먼저 앞서 나가 있을 때는 이게 너무 도구화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뭐 사실 사회 봉사를 하려고 배우를 하는 건 아니니까. 지민 배우의 행보를 보면 그것들이 어느 순간 굉장히 균형을 맞춰가면서 결국 같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의도한 건 정말 아니었는데, 아무튼 보면 <두개의 빛> 같은 경우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했고, 제가 <조제>에서도 이제 다리가 불편한 캐릭터를 했고, 사실 제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예요. (웃음) 근데 이제 그냥 막상 책을 처음 딱 봤을 때 저한테 작품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무래도, 모든 배우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책이잖아요. 그랬을 때 그냥 그 책이 주는 에너지로 선택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시간이 지나서 쌓인 걸 보니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일부러 그렇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들을 선택하시는거냐. 근데 그렇지는 않거든요.
Q24. 하지만 그 선의들이 그냥 선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재미로도 다가오고 또 사실 예술적인 방식으로 보자면, 즐거움으로까지 다가오는 순간 이제 배우로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결국은 원래 생각했던 그 목적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그게 또 한쪽만 균형이 어그러져도 아, 저거 착한 건 알겠는데, 좋은 건 알겠는데 근데 재미없어. 라고 하는 순간 대중들은 더 이상 그 목적을 혹은 원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고요.
한지민 배우 : 앞으로 좀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요 (웃음) 오늘부로? (웃음)
Q25.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내가 배우를 하면서 나는 정말 배우를 잘했다 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는지.
한지민 배우 : 지금. 지금 지금 지금. (웃음) 제가 뭐라고 이렇게 또 보러 와주시고 제 얘기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와주신 여러분 보니까 지금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데요. 음. 아까도 말씀드렸었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를, 그게 가장 최근작이다 보니까? 음. 은혜씨가 또 얼마전에 전시회를 해서 갔었는데 그 발달 장애를 돌봐주시는 특수 교사 분들께서 저한테 오셔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주시는거예요. 그러면서 사회가 이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이렇게 크게 바뀔 줄 몰랐다고 그런 말씀을 막 해주시는거예요. 그리고 은혜씨 어머니께서도 ‘너무 이상해요. 믿을 수 없다’라는 식의, 예전에는 은혜 얼굴을 보고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이렇게,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런 분들이 계셨다면 지금은 너무 귀엽다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고 세상이 너무 바뀐 느낌이. 이래서 작품의 힘이 굉장히 큰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때 가장 사실 참 제일 보람찬 것 같아요.
Q26. 배우 지망생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하고 싶은 역할에 간극이 있는 편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지민 배우 : 저도 사실, 다 제가 너무 착한 줄 알아요. (웃음) 그런데 그거는 사실 제가 어느 순간 그게 너무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그 착하다라는 그 이미지? 때문에 내가 이게 나를 얽매이는 그런 게 되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는데 또 그 시기가 지나면 저한테는 그래도 내가 착한 이미지로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해왔던 것 내가 잘하는 것도 또 할 수 있고, 잘하는 걸 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예전에는 새로운 거 하고 싶었는데 근데 똑같으면 어때, 또 잘할 수 있는 거 또 하면 어때? 이런 생각이 사실은 연차가 쌓이면 생기기도 하지만 어, 일단은 한순간에 그 이미지를 다 바꿀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 간극이라는 건, 이제 배우를 시작하시는 배우이신거잖아요. 그래서 일단 저는 시작이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뭔가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에 발을 들여놓는게. 어,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롤이 아니라서 연기를 포기하는 시점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뭔가 기회가 온다면, 사실 기회라는 게 누구에게도 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배우마다 운 때가 또 다 다르기도 하고. 그 운이 되게 뒤늦게 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어, 일단은 그 간극에 대한 차이를 일단 연기를 좀 많이 해본다음에 그때 고민하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은 거침없이 나에게 주어지면 연기는 무조건 많이 해보기.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Q27. 그냥 팬인데요. 이런 자리가 너무 좋았고, 말씀 해주신 것처럼 팬미팅을 한번도 안하셨잖아요. 팬미팅 계획 생각이 있으신지.
한지민 배우 : 팬분들 가끔 이렇게 가까이서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 팬미팅 하냐고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어.. 맨날 미루기는 하는데 매니저 분들은 한번 그래도 한번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사실 너무 감사하죠. 너무 오랜 시간 저를 좋아해주시고 마음 보내주신 게 감사해서 오늘을 기회로 계획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주실거죠? (웃음)
Q28. 사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한 배우의 일생을 다 듣기에는 짧은 시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긴 시간동안 또 한지민 배우를 계속 지켜볼 테니까 이런 압축된 시간이 또 올 거라고 믿으면서 저희 이 자리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한지민 배우님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이야기 하는 내내 그저 울컥 울컥 하면서 눈물이 올라오는 걸 진짜 많이 누르면서 많이 참은 것 같아요. (울컥) 너무 내가 귀하고 소중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여러분들께서 오늘 시간 채워주신 것 같아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제 얘기가 여러분들께 뭐 어떻게 재미있게 다가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얼굴 마주하고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진짜 인연이잖아요. 앞으로 또 못 볼 수도 있고. 그래서, <욘더>를 찍으니까 오늘 이런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데. 오늘 정말 자리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리고요. 진짜 더 편하게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어떻게 들리셨을 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배우이니까 여러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들 옆에 항상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무조건 건강하시고 부국제도 남은 시간 잘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