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게임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일하러 왔지
일을 시작하고 한 달 보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어? 일이 왜 안 끝나지?"
스톱워치의 기록이 세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하고 두 시간이 지나면 업무가 자동으로 종료되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일까.
'업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나? 이런 오류라면야 "아임 파인, 땡큐, 앤 유?"이지. 그나저나 초과한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려나. 인정해 주겠지?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른다. 떼 먹히면 억울하니까 이쯤에서 일을 멈추기로 했다.
처음으로 '작업 제출 및 중단' 버튼을 누른 날이었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업무 시간을 기록하면서 업무용 웹사이트에 관한 공지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로그인 후, 마우스 커서를 '내 계정' 항목으로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간략한 업무 개요와 업무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게시판 화면이 시선을 끌었다.
'음? 뭔가가 달라진 것 같은데.'
그 '뭔가'가 뭘까.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 화면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거다. Status (상태, 상황)!'
내 업무 등급을 보여주는 상태메시지였다.
'restricted (제한된)'이었던 빨간 글씨가 초록색의 'unrestricted (제한 없는)'으로 바뀌어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지? 뭐가 제한이 없다는 거야.'
웹사이트 내에 업무 등급 상태에 관한 설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얼른 '자주 묻는 질문'으로 들어갔다. 길게 이어진 질문 목록을 빠르게 훓어 내려갔다.
찾았다!
"제한 없음: 업무 시간 무제한/ 시간 제한 없이 작업 할 수 있는 상태"
'제한이 없다고? 진짜? 아, 이래서 일이 안 멈췄던 거구나.'
3개월을 꼬박 '하루 최대 두 시간'에 묶여있을 줄 알았는데. 한 달 반 만에 제약이 풀렸다.
'좋았어. 이제부터 일 많이 해서 돈을 왕창 벌어야..... 잠.깐.만.'
순간 서늘한 기운이 발끝부터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왜.'
관리자가 아무 이유 없이 제한을 풀어줬을 리가 없다. 그러면 수습 기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무엇 때문일까. 왜 업무 시간이 무제한이 됐을까.
한참을 생각해 봐도 그럴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에도 등급 조정의 기준이나 근거는 없었다.
지메일의 받은 메일함, 스팸 메일함도 열어봤다. 새로 들어온 메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평소라면 벌써 등급 안내 메일이 와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답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의구심만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때로는 풍부한 상상력이 독이 된다.
'시스템 오류가 제일 그럴듯 해.'
'혹시 관리자가 다른 프리랜서 데이터랑 내 데이터를 혼동해서 잘못 처리한 게 아닐까?'
'내일 다시 '제한'등급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등급 변경의 이유를 궁리할수록 생각의 방향은 부정적으로 흘렀다.
스스로 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독제가 필요했다.
불확실한 추측을 멈추게 할 확실한 사실이 필요했다.
'업무 등급이 올라간 건 좋은 일이야.'
'이유는 모르겠어. 아직 관리자에게 관련된 내용을 듣지 못했으니까.'
'아마 머지않아 메일이 올 거야.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공지하는 관리자였잖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래, 일단 기다려 보자.'
A사는 내게 일을 적게 주는 게 미안했던 걸까.
심심해질 만하면 새롭고 짜릿한 게임을 툭툭 던져준다.
무료함을 느낄 틈이 없도록.
'이 회사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죠. 너무 감사해요. 어느 직장에서 이런 체험을 또 해 보겠어요!'
물론, 비꼬는 거다.
이제는 진심이 되었지만.
승급의 비밀은 다음날 밝혀졌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