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단하다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복숭아는 딱복보다는 물복을 선호하는데,
딱딱한 돌침대보단 푹신한 침대를 선호하는데,
단단하다는 표현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참 희한하죠?
제가 본 단단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더군요.
여유가 있는 사람들? 타고나기를 성격이 쎄서 소위 긁히지 않는 사람들?
물론, 이것도 틀린말은 아닌데 제가 오래도록 본 사람들은
먼저,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이더라고요.
힘들 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고,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말하고,
무너질 땐 일단 기꺼이 무너질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한참 뒤에라도, “그때 나는 그랬다”고 스스럼없이 밝힐 수 있는 사람들.
넘어지면 그냥 넘어지고, 다음 번엔 또 넘어지더라도 조금 더 요령 있게 넘어지는 법을 배우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아는 사람들.
감사할 일이 있으면 바로 고개 숙여 고맙다고 말하고, 비록 관계가 껄끄럽더라도 상대의 공로에는 엄지척을 보내며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는 마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픈 것도 전부 한 번 품어 삼켜 자기 색으로 소화해내고, 그걸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애써 ‘증명’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의 진실이 외부에 더렵혀지더라도 그걸 설득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요.
외부의 말이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아픔 속에서도 내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더렵혀진 길을 같이 걷지 않으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우면 된거다"
반면 저는 단단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 안에 가둘 때도 있는데, 사실 아직도 많이 구질구질합니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이 남아 마음이 질척일 때도 있고,
아주 가끔은 회사 스트레스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런 사람들에 곁에 있다는 거예요,
언젠가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씩 옮겨 적듯 조용히 따라 쓰다보면,
닮아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