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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 Aug 04. 2023

결국 그게 그거인 얘기일지라도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책을 내기도 했다. 썩 대단한 책은 아니었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준 독자가 있었고, 이런 글을 써줘서 고맙단 메일도 받아봤다.


언젠간 광화문 교보문고 평대 위에 놓인 내 책을 놓아 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너무 과분하고 이르게도 다 이루었는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짐꾸러미가  남아있는 듯했다.


회사 얘기를 더 써보려고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회사생활 십 년 만에 나는 퇴근하면 회사를 몽땅 잊어버리는 훌륭한 직장인으로 성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아지 얘기도 몇 편 써 두었지만 글을 쓰는 것보다 걔들의 사진이랑 영상을 보는 게 더 행복했다.


그보다도 결국 내가 쓰는 글은 정신을 차려보면 엄마나 아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 좁다란 시선은 자꾸만 첫 출근날 나를 바래다주며 눈물짓던 엄마의 눈에,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꾸벅꾸벅 졸던 아빠의 어깨에 가 있었다.


돌고 돌아, 결국 가족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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