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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11. 2023

2. 인생은 계획대로만 가지 않는다.그래서 재미있기도.

고층아파트만 고집하며 32층 보고, 1층은 덤으로 

"사람이 계획한 대로만 살수 있습니까?  변경되는게 인생 아닐까요?"

전화기 너머 부동산 남자사장 말이다. 긴가민가하고 있는 사람이 들을때 꽤나 설득력 있다. 고층아파트만 고집하며 32층을 보고 내려오다 덤으로 1층을 보고난 내 느낌을 부동산 실장에게 보고받고 이뤄진 통화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남자사장은 협상능력이 좋은 사람이다. 


넓은 곳이 그립고 뷰좋은 곳이 그리워 이사하려고 물건을 알아보는 중 이미 거주했었던 아파트 31평, 28층을 전날 다른 부동산과 연결된 여사장과 봤었다. 내가 들어설때부터 그닥 친절한 느낌은 아녔다. 안내받아 들어가본 28층 비어있는 아파트. 만족도는 '보통'이었다. 할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뷰는 높은 층 만큼의 적정한 뷰였고 31평에 맞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전 세입자가 집을 깔끔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던 듯 싶다. 빌트인 냉장고에 낀 사용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주방과 거실이 구분되어 있지 않는 구조가 맘에 들진 않았다. 주방은 주방, 거실은 거실 , 분리된 구조를 더 선호한다. 그래도 가격, 조망, 실내공간이 나쁘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해 가족들과 상의하려고했다. 그러나 부동산사장이 촬영하지 말라고 저지한다. 가족들이 살아야할 집이라 나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닌데 사진, 동영상 촬영을 못하게 한다. 이유는 계약한다고 결정된 것이 아닌데 촬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난감했다. 잠시후 더 보다가 그래도 가족들에게 묻고 싶어 다시한번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더니 두번째 태클이 들어온다. 내가 계약안할 손님이라고 생각하는것일까. 불친절하다. 물건에 대해 별로 설명도 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조용히 둘러보고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네이버부동산에서 보니 리모델링된 1층집 있다던데..."

"사모님은.고층을 원하셔서 ..안좋아하실 것입니다" 안보여주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1층까지 도착해 아파트 문으로 몇보를 더 걸어갔고 그 부동산 사장님은 "가세요" 하고는 자기 사무실이 있는 상가로 등을 보이고 걸어갔다.

내가 28층, 그 곳을 계약하게된다해도 그 부동산과는 계약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 어디 유포할 것도 아닌데, 가족들과 상의해볼 자료로 촬영하겠다고 하는데도 굳이 못찍게하는 태도가 불쾌했다. 하기는 부동산 들어갔을때부터 살갑게 환영해주지도 않았다. 보통 이렇게 손님을 맞지는 않는다. 좋은 말로는 쿨하게 영업하시는 분이겠다.  시크하게.

그리고 그 다음날 , 다시 같은 아파트 네이버 부동산 물건을 보다가 새롭게 32층 물건이 보여서 전화를 했다. 새로운 부동산이다. 34평, 32층을 볼 시간 약속을 했다. 그리고 어제의 관심이었던 '예쁘게 리모델링된' 1층도 보기로 했다. 시간맞춰 가보니 여자실장이 반겨주었다. 

32층, 내가 원했던 곳이다. 고층아파트. 시원한 뷰가 아침부터 잘들때까지 눈앞에 펼쳐진곳.

아직 세입자가 살고 있는 곳이라 양해를 얻고 들어갔다. 3년된 신축아파트, 세입자가 정말 관리를 잘한 집이다. 오후 2-3시경의 햇살이 거실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다. 거실 통창도 2개면이었다. 나이가 있어보이는 남자분께서 티브를 보고 계셨다. 뷰를 보려하니 두개창에 걸려진 커튼을 열어줬다. 햇빛이 비춰지면 티브를 보는데 반사가돼 방해되므로 닫았을 것이다. 한쪽은 공원과 도로가 시원하게 보이고 한쪽은 먼 한강이 보였다. 그러나 그 어떤 뷰도 이미 먼저 거주했었던 고층의 독자적인, 압도적 뷰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32층이라해도 앞, 옆에 다른 동이 있으므로 그 건물들의 앞, 옆이 보이므로 독자적, 압도적이지 못했다.

거기에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햇살이 조각으로 남아있었던 짙은 원목색, 이른바 오크 바닥이었다. 좋게 말하면 클래식, 중후함, 품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려고 무게감있는 색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와는 달리 칙칙함, 답답함이 느껴질수 있는 색상이기도 하다.  남자분이 티브라도 안보고 계셨다면, 어쩌면 그냥 계약했을수도 있다. 칙칙함을 그냥 '적당한 뷰'와 바꾸고 타협했을수도 있다. 그런데 그날의 난 그 집 거실 풍경, 어쩌면 가장 평온해보일수 있는 모습이지만 적어도 그 순간 나는 '무료함',' 권태로움'을 떨쳐낼수 없다. 이게 32층을 내려오며 '좋다, 계약하자"가 안된 이유이다. 칙칙했고 매우 재미없어보였고 마음이 가지 않았다. 덤으로 보기로 한 1층을 보러 가기로 했다. 덤이니까. 밑져야 본전이고 떡본김에 제사지내는것이니 보고가자 하고 1층으로 향했다. 오로지 서울아파트는 고층이 최고, 시원한 뷰만 고집해왔던 터라 굳이 '물건'으로 보기보다는 '덤'으로 온김에 구경한다는 발걸음이었다. 

-3편에서 계속 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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