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와 금주하는 사람.
흡연자와 비흡연자.
강아지를 침대에 재우는 사람과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름만 있다.
나는 흡연자와는 결혼해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매일 내가 싫어하는 냄새를 맡으며 살 자신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흡연자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을 뿐이다.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은 침대에 함께 자고, 식단을 따로 챙긴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강아지는 강아지일 뿐, 침대는 절대 안 되고 사료만 먹어야 하는 존재다. 그 또한 틀린 게 아니다. 다를 뿐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취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사람을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오랫동안, 부부라면 이런 취향은 맞아야한다고 믿었다. 남편과 나는 국적도, 자라온 문화도, 성격도, 직업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런데 몇 가지는 정확히 겹쳤다. 술을 좋아했고, 강아지를 좋아했고, 여행과 홈파티와 커피를 좋아했다. 그리고 둘 다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고, 첫 데이트가 칵테일바였다.
신혼때도 집에서 칵테일 만들기, 맥주 제조하기, 위스키 콜렉션 하기 등 술과 관련된 취미를 늘 같이 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Brewery 와 Winery 에 가는건 기본. 남편을 2016년 말에 만나서, 함께한 시간이 10년이 다되어 가다보니, 술을 중심으로 쌓인 추억이 많다. 우리가 즐겨 마신 와인들, 단골 바와 레스토랑, 특별한 날 꼭 주문하는 우리의 웨딩 샴페인.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남편과 잠깐 밖에 나가서 와인과 함께 즐기는 데이트는 우리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둘이 같이 나누는 행복.
그런 남편에게 내가 더이상 술을 예전처럼 안마실거다라고 선언했을때, 솔직히 두려웠다.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남편이 섭섭해 할까? 반대로 나는 술과의 관계가 그대로인데, 상대인 남편이 나에게 그런 선언을 하면 나는 솔직히 섭섭하고, 나만 남겨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공식적인” 다이어트가 끝난 금요일 저녁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집 근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따 퇴근하고 6시에 그 레스토랑에서 만나. 나 이제 다이어트 끝! 남편의 첫 마디. 사무실에서 5시에 너가 제일 좋아하는 샴페인 딸거야. 5시에 우리 오피스에서 다같이 한잔하고 그럼 저녁 먹으러 갈까?
아.. 이거슨 첫번째 관문.
“난 괜찮아! 레스토랑으로 바로 갈게”
“정말?”
“응”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다이어트 전 처럼 남편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진토닉으로 시작?”
내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탄산수도 좋아. 자기만 마셔”
아...이젠 말해야겠다. 그렇게 입을 열었다.
"남편… 난 다이어트가 끝나도 예전처럼 술을 안마시기로 했어. 그리고 너의 서포트가 필요해".
두근두근. 두근두근. 긴장감이 맴돌았다.
남편은 내 눈을 바라보며 딱 한마디 했다.
“You have my support”
그게 다였다. 아무런 저항도 설득도 왜도 없었다. 정말 그게 다였다.
한마디로 짧게 말하는 그이지만, 나는 다 듣고 있었다.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한다.
나는 네 변화를 지지한다.
나는 네가 달라져도 괜찮다.
그리고 남편은 진토닉을 들고, 나는 탄산수를 들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우리의 저녁 데이트는 그 날도 매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