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은 꾸준함 뒤에 문제이다.
롤플레잉 게임(Role-playing game).
흔히 줄여서 RPG 게임이라 한다.
게임 내에 캐릭터를 만들어 키우는 게임이다.
난 지금은 게임을 안 하지만, 청소년 시절엔 PC방에 거의 매일 갈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
하지만 난 롤플레잉 게임은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마지막으로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엔 누나와 같이 한 캐릭터를 만들어 키우며 게임을 즐겼다.
부분 유료 게임이기에 2시간밖에 하지 못했고, 되는 대로 스킬을 올리며 막 키웠지만,
돈을 모아 말을 사기도 하고, 서로 웃고 떠들며 즐겁게 게임 그 자체를 즐겼다.
그런데 친구 중에 흔히 말하는 마비노기 고수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 캐릭터를 보더니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훈수를 두더니
자신이 알려주고 도와줄 테니 처음부터 다시 키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난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스킬을 뽐낼 생각에 되게 신나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알려준 매뉴얼대로 사냥하고, 퀘스트도 하고
캐릭터는 이내 이전 캐릭터보다 강해졌지만, 게임의 재미는 점점 떨어졌다.
왜 그랬을까?
무언가 잘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급했다.
빨리 더 강해지고 싶은데, 빨리 더 센 몬스터를 잡고 싶은데
마음이 앞서니 몬스터에게 죽을 일도 많아졌고
그 재밌는 게임 요소 중에 오로지 레벨업과 강해지는 것에만 집중하니
다른 게임의 요소들을 즐길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게임의 흥미가 떨어졌고, 이내 그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후에 다른 RPG 게임을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 것일까?
게임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에 육성법부터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육성법대로 캐릭터를 키우다 이내 질려서 게임을 삭제한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은 이겨야 재밌고, 강해져야 재밌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이다.
헬스를 시작했을 때, 좋은 몸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노래를 시작할 때, 가수처럼 멋있게 고음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은 당연하지만,
잘해야만 한다.라는 강박은 조금 다른 문제 아닐까?
흔히 우리는 살아가며 취미를 갖는다.
취미가 무엇인가? 취미란 재미로 즐겨하는 일이다.
특기랑은 다르다. 특기란 내가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로 즐기려고 하는 취미가 언제부턴가 왜 꼭 잘해야만 하는 특기가 된 걸까.
왜 꼭 특기가 되어야만 재밌을 거로 생각하는 것일까?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기다.
본업과 다르게 다른 일을 하는 것.
본업 이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해서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하고 싶은 일, 또는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다.
부업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부업은 수익이 있어야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의 목적은 개인의 만족이다.
물론 잘돼서 수익이 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자기의 만족이 있다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 혹은 가볍게 취미를 택하는 일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많은 이들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아니면, 취미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힘겹게 이어 나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잘해서 더욱 즐길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즐기지 못하는 취미가 삶에 힐링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린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만 하는 학생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취미이지 않은가?
조금은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100만 유튜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성공한 작가의 강연을 직접 가서 들은 적도 있다.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처음엔 일단 즐기라는 것이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지친다. 정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니 즐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즐기며 꾸준함을 일단 유지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린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일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충분하다.
매일 같은 시각 출근을 하고, 또 퇴근하고
마치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일상이 지겨워
내 삶에 색다르고, 새로운 취미를 찾는 것이라면,
그리고 찾았다면 일단은 즐겨보자.
잘하는 것은 꾸준함 뒤에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성공한 이들이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그리고,
취미라면 꼭 잘할 필요가 있을까?
내 무료한 삶에서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또 다른 성취감을 준다면, 그래서 삶의 활력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취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