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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rire Jul 05. 2023

38년 만의 안동(1)

도산서원

2023년 도산서원

    그러니까 그게 벌써 38년이 되었다.

    초등학교 (당시에는 국민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안동 지점으로 가시게 되어 나와 우리 가족 모두가 안동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여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할 때였다. 서울에서 1학년 반 친구는 내 짝이었던 박영미 한 명 생각이 난다. 영미는 나보다 한글을 빨리 배웠는지 받아쓰기 시험 볼 때 내가 영미의 답안을 자주 참고하고는 했다. 


    나는 안동 서부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형은 안동교대 부속 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는데 나는 교대부국에 빈자리가 없어 형보다는 후진(?) 학교로 가게 된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거기나 거기나 비슷했을 것 같다. 그래도 서부 초등학교는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 안동에서 학교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이 싸웠다는 것이다. 토박이 같은 친구들이 괜히 시비를 걸었는지 아니면 내가 샌님같이 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소위 짱 먹는 애들이랑 꽤 싸웠던 것 같다. 애들이나 어른이나 어디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꼭 권력서열에 대한 투쟁을 하는 것 같다. 


    안동에서는 2년 정도 지냈다. 1학년 1학기 중간부터 3학년 1학기 초까지. 서울에 도시에서만 살던 내가 안동이라는 시골(?)에서 지내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처음 웅부주택에 입주하는 날 수돗물이 안 나와서 막걸리를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1학년에 막걸리라.. 뭐가 비릿하고 그렇게 맛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집은 3층짜리 연립주택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도시난방이 아니라 연탄으로 난방을 했었다. 연립 2층에 사는데 그 연탄들을 올리려니 아파트 뒤쪽 도로로 연탄 배달차가 와서 도르래로 2장씩 2층으로 올렸다. 어린 마음에 그 연탄들이 굉장히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 다가오면 그 많은 연탄들 수십 장을 북쪽 베란다에 쌓아놓고 겨울을 지냈다. 아침에 아파트 입구에는 다 탄 하얀 연탄재가 수북이 쌓이곤 했다.


   우리 집은 마크 5라는 차를 탔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현대 코티나 마크 5가 원래 이름이고 포드에서 생산한 것을 한국에서는 현대에서 조립만 했던 것 같다. (현대 코티나 소개글 : https://naver.me/xGOB68Kt) 당시에는 그라나다라는 차가 제일 좋았다. 우리는 그라나다를 그랜다이져라 부르며 좋아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라나다나 그랜다이저가 뭔지 모르는 독자분들도 계시겠군요.. ^^; 그라나다는 위의 마크 5가 나올 때쯤에 현대에서 생산하던 차인데 마찬가지로 포드에서 수입해서 조립한 차였고 지금의 그랜져의 전신이 되는 당시 현대의 최고급 승용차였다. (현대 그라나다 소개 영상 : https://youtu.be/7KBlHSAIf0Y) 그리고 그랜다지이저는 일본 만화에 나오는 로보트인데 마징가Z의 후속작이고 거북선처럼 동그란 통에 들어가 비행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랜다이저 오프닝 영상 : https://youtu.be/4wNeMjUqWU8) 마징가Z는.. 뭐 이걸 계속 설명할 수는 없고.. ㅎㅎ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리면 마징가가 나온다는 그 마징가Z맞다 (마징가Z 오프닝 영상 : https://youtu.be/BU5NhBvwbY8


  그건 그렇고 38년 만의 안동 방문은 우연치않게 이루어졌다. 원래는 단양에서 1박을 하고 그다음 날은 먹보와 털보에 나왔던 동강전망자연휴양림에서 캠핑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때마침 장마철이 시작되어.. 둘째 날 일정인 캠핑을 취소하고 단양에서 출발하여 갈 만한 데가 어디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강원도 영월, 정선도 생각해 보았지만, 동선이나 거리 등으로 보았을 때 안동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여행 이틀 전에 부랴부랴 행선지를 바꾸게 되었다. 안동 군자 마을이라는 곳에서 1박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밤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좀 무서울 정도였고 아파트에만 살다가 1층 한옥에서 폭우를 맞으니 밤새 비 소리가 굉장히 요란해서 푹 자지를 못 할 정도였다. 


  안동에 방문한 첫날에 도산서원에 갔다. 생각해 보니 38년 만의 방문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앉혀주시어 사진을 찍었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는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건물을 따라 올라가면서도 예전에 사진에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특히나 건너편에 있는 시사단도 참 멋있었고 다음에는 꼭 낙동강을 건너 시사단에 가서 도산서원을 조망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산서원에서 바라본 시사단

  도산서당은 참 아담하고 예뻤다. 또한 단순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구경하고 있으려니 한 아주머니께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알고 보니 문화재 해설사셨다. 아래 글씨에 보면 山자는 상형문자이고 書자에는 새가 한 마리 들어있는데 보이시나요?? ^^


도산서당 암서헌


바로 저 자리에서 퇴계 이황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쳤을 것을 생각하니 참 성품이 단아하고 깔끔한 분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락제


다산초당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산초당 툇마루에 앉아 오랜만에 비 오는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다산초당 연못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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