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네 미술관
일본 소설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일본 풍경화의 대가인 히가시야마 카이이. 일본 소설가 하라다 마하(原田マハ) 의 <あの絵の前に : 저 그림 앞에서> 라는 단편 소설에 실린 이야기에 히가시야마 카이이 작품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던 바람에, 소설 속 배경이기도 했던 히가시야마 작품이 소장되어있던 나가노 미술관을 직접 찾아갔던 것이 딱 1년 전인, 작년 9월이었다. ㅎㅎ
아쉽게도, 소설에 나왔던 푸른 숲과 백마 작품은 당시 전시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엽서로 아쉬움을 대신했었다. 그림에서도 직감할 수 있듯 <히가시야마 블루> 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푸른색"은 다른 색과는 다르게 오묘하고 신비롭다. 현실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묘한 푸른빛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환상같은 느낌도 있다. 바로 이 오묘한 푸른색이 히가시야마 작품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놀라운 것은, 히가시야마 블루가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에 반영된 시점이, 그가 50대 중후반 이후라는 점이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화가를 지망했던 그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본격적으로 풍경화를 메인으로 그리기로 결심한 것은 1947년 이후, 그의 나이 39살이었을 때라고 한다.
15년 뒤인 그의 나이 54세 때, 미술 공부를 위해 떠난 북유럽 여행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여러 호수와 숲을 탐방하고 온 그는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 "청색"을 기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실제 오늘 전시된 주요 작품도 히가시야마가 북유럽 유학에서 돌아오고 난 이후 그린 "교토 사계" 시리즈가 주를 이뤘는데 1960년대 후반 그려진 작품이니, 그의 나이 60세를 훌쩍 넘은 시기였다.
늦은 밤인지 새벽인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자고 있을 것 같은 고요한 시간에, 소복히 눈이 내리는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교토의 정취를 그린 이 풍경화는 "청"색을 메인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느낌보다는 편안하고 따뜻하다. 히가시야마블루의 힘이 아닐까.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취를 바라보며,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바라보고 있으면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그리고 나도, 히가시야마의 작품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야마타네 미술관이 평소 사람이 많은 미술관이 아니라 여유있게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정말 놀랐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남녀 모두!) 아마 히가시야마가 그린 일본의 사계를 보면서 추억을 회상하며 편안함을 느끼고자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ㅎ)
청은 감각과 정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색으로, 차분한 청색은 정신세계에 보다 가까운 경향을 나타낸다.
青は感覚と精神の世界を繋ぐ色であって、渋い青色は精神世界へ、より近づく傾向を表しているとも考えられる。(『水墨画の世界』1979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