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진행되는 직장인 맞춤 전형!!
나는 2016년에 일본에 왔다. 다니던 직장에서 해외 파견으로 2년 정도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왔다가 2021년 현재 만 5년 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도쿄에서의 라이프는 차차 풀어나가는 것으로 하고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언젠가 정리하고 싶었는데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이다. 도쿄라이프 회고하기 ㅋㅋ)
오늘은 작년에 입학한 와세다 MBA 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사실 일본생활 4년차 부터 매너리즘인지 슬럼프인지 해외에 나가고 싶단 생각 +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 커리어개발에 대한 갈망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 해결책 중 하나로 해외 MBA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실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미국 MBA 는 왠지모르게 그냥 끌리지 않았다. (아마 당시에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듯) 이전부터 싱가폴이란 국가에 꽤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싱글리쉬마져도 사랑했던 나였기 때문에 싱가폴에 있는 글로벌 TOP MBA 인 INSEAD 를 가고싶단 생각으로 이것저것 자료를 찾고 공부를 시작했다.
다만 여러가지 한계, 제약사항들로 고민을 했는데 특히 나이와 돈이었다.
30대 초반에 해외에서 MBA를 간다는 것은 그리 이른 스타트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물론 자의로 그만둘 수는 있겠지만 MBA 에만 올인을 할 만큼 당장의 베네핏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
MBA를 가고싶은 목적 부터 재정의했다. 싱가폴에서 살고 싶어서 MBA를 간다는 것은 너무나 멍청했고 무모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파이낸스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었다. 이전부터 M&A 관련 업무를 해보고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언젠가 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위해 CFA 자격증 공부도 틈틈히 해왔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을 뿐더러 나를 증명할 수 있는 killing point가 부재하다는 것에 한계를 느껴왔다. (전공 역시 경영을 복수전공하긴했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 파이낸스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이 꼭 MBA가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찰나, 와세다 대학에서 딱 내게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1) finance 전문 MBA 에 2) 심지어 야간이라 직장과 병행이 가능하며 3)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수업을 제공하고 있었다! 가격도 2년에 3천만원 정도이니 타 MBA와 비교했을 때는 저렴한 수준(...) 이었다.
눈앞의 베네핏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월급), 심지어 전문적인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파이낸스!!!!'를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다니. 커리큘럼을 보니 파이낸스 쪽 관련 강의도 많았고 M&A 쪽으로 유명한 교수님도 계셨고 (스즈키 센세) 졸업논문도 써야한다니 나름 빡쎄고 재밌을 것 같았다. 비싼 강의 내고 듣는데 커리큘럼이 빡쎄면 너무나 땡큐.
심지어 덤으로 GMAT 점수마져 필요하지 않았으니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문제는 일본어로 써야하는 소논문.
컴퓨터 시험이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겠지만 자필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한자를 못쓴다.
시험 2주 전부터, 경영 관련 일본어 서적을 사서 주요 단어들 나올 것 같은 단어들 위주로 한자를 외웠다. 도움이 됐을진 모르겠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한자 30% 히라가나 60% 영어 10% 비중으로 썼던 것 같다.
먼저 와세다 야간 MBA-파이낸스 코스는 1) 서류전형 2) 1차 시험(소논문) 3) 2차 시험(면접) 으로 구성된다.
서류전형은 에세이 3편을 쓰는 것인데 (라떼는 말이야) 하기와 같았다.
- 현재까지 실무에서 경험한 성과 및 담당 직무에 대한 설명 (일본어 1000자)
- 커리어 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특히 본 교에서의 수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입학 후 연구 테마 (계획서)
1차 시험인 소논문은 서류전형 제출 후 약 2주 뒤에 치뤘다. 내가 있던 강의실은 꽤 큰 강의실이었는데 한 3백명정도 치뤘던 것 같다. (와세다 MBA 는 파이낸스 코스 이외에도 종합, 매니지먼트 코스, 1년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든 전형이 동일한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시 출제됐던 문제 내용은 리더십 관련 내용을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엮어서 만든 문제였다.
2차 면접결과는 또 약 한 2주뒤에 발표가 났고 면접일은 주말이었다. 코로나 초창기였기 때문에 일단 강의실에서 모두 대면 면접이었다. 면접관은 3명이었고 혼자 들어가 10분간 떠들고 나오는 형식이었는데 당시 몰랐지만 면접관에 스즈키 센세가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M&A 를 공부하고 싶기 때문에 스즈키 선생님 밑에서 논문쓰고 싶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어쩐지 그분이 피식하고 웃으셨다.)
면접질문은 대략 왜 MBA에 지원을 했고 와세다에서 어떤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지 연구 테마 계획에 대해 마또메 하여 대답해 달라는 것이 있었고, 거버넌스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거버넌스 상 차이가 뭔지 물어봤던 것 같다. (재벌구조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마지막 교수님은 나지막히 읖조리 듯 물어보셨는데 질문도 좀 어려워서 약간 얼버무렸던 것 같다.
정말 덜덜덜 떨면서 봤던 면접이었고 그날 비도 와서 괜스레 싱숭생숭 했던 날이었다.
어쨌든 결과는 합격. 파이낸스 동기는 총 23명에 외국인은 나 포함 3-4명정도 인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모두 취소되어 전체 동기를 모두 다 만난적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다. 졸업식엔 볼 수 있으려나.
기분좋은 소식은 면접 때 자신있게 얘기했던 스즈키 센세 밑에서 논문 지도 받고 싶다고 말했던 그 소원이 오늘 이루어졌다.
일본어로 쓰게 될 내 처음이자 마지막 석사논문, 열심히 잘 쓰고싶다.
https://www.waseda.jp/fcom/wb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