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진표 Feb 14. 2024

아이들의 진로 설계는 첨단기업 다루듯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던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당시 한국에 처음 들어온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 컨설팅에 공채 1기로 입사하였다. 경영컨설팅회사는 업무강도가 높은 단점이 있지만 짧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회사 내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에겐 좋았다. 비록 2년 남짓의 짧은 근무기간이었지만 내가 투입된 프로젝트는 필립스메디컬, 농심그룹, 하이트맥주, 한국고속철도공단, SK텔레콤, 아우디 등이었다. 3-4개월 동안 의뢰받은 회사의 정보화전략을 세워주는 프로젝트에 주로 투입이 되었다. 참 많이 배웠다. 아마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했다면 10년 넘게 경험해야 할 일을 이 기간 동안 압축해서 공부했다. 

기업들은 항상 전략을 짜는데 많은 돈을 투입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남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자주 받고, 컨설팅회사들은 그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는 역할을 많이 한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 회사가 처한 환경에 대한 분석을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사회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 생태계의 변화요소를 많이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현재 우리 회사는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한다. 여기서 파악한 외부환경과 내부역량을 고려하여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목표를 가장 빨리 달성하기 위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계획을 짜준다. 그게 경영 컨설팅이다. 

진로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비슷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첨단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듯이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기업 컨설팅의 방법론을 응용하여 아이들의 진로컨설팅 방법론을 만들었다. 이 방법이 의미가 있는 것은 기존의 많은 방법론, 아직도 많은 진로교과서에는 시작이 ‘나의 이해’로부터 출발하는데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환경분석’이 그 시작이다. 아이들이 진로교육을 재미없어하는 것도 계속 ‘나의 이해’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 젤 어려운 것이 나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 아닌가? 특별한 기준점이 없이 나를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사회 트렌드, 과학기술의 변화, 직업의 변화 등을 먼저 알아보면 그 변화 속에 자신은 상대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아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내가 강의를 할 때 항상 앞부분에서는 요즘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모습을 알아야 아이들이 가야 할 방향을 아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이듯이, 우리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기업들이 최고의 엘리트들을 고용해서 그들의 생존계획을 짜듯,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진로컨설턴트들이 첨단 기업 다루듯이 과학적 정보와 분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 나의 진로교육 방법론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진로교육을 시작하다 - 조진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