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사육법>으로 보는 일본인의 신앙
애니메이션 <미이라 사육법>은 고등학생인 소라가 아버지가 이집트로부터 보낸 미이라 미이 군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일상물이다. 재밌는 점은 미이 군을 비롯해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은 다양한 작은 생명체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일상 속에서 작은 생명체를 찾는다던가, 자연물에 혼이 깃들어있다던가, 또 이러한 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들이 많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사실 일본인의 신앙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에 신이 깃들어 있다 생각하는 일본인의 관념을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를 비롯한 일본인의 신앙과 연결 지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는 일본인의 신앙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일본 역시 다양한 신앙이 혼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인,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만이 가진 종교가 있다. 그것이 바로 신도(神道)이다. 앞서 신도에 대해 쓴 글에서도 언급했으나, 현대 일본에서 신도는 이미 관습화되어 하나의 전통문화가 되었다.
신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신교라는 점이다. 특히 야오요로즈노카미(八百万の神)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초창기 신도는 자연 만물에 정령이 깃든 애니미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산, 바다, 돌, 심지어 작은 붓에도 그에 맞는 정령이 깃들어 있고 이들의 보호를 받는다는 개념이 정착한 것이다.
신도의 신들은 타 종교들의 신처럼 절대적인 구원자의 이미지는 아니다. 인간의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인간과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때로는 심술궂게 인간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형과 자연환경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지진과 태풍 등 대비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특성상 재앙을 대비하기보다는 자연물 하나하나와 친밀하게 지내며 삶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관념을 증명하는 것이 각기 다른 신사의 모습이다. 하나의 신을 여러 지역에서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예를 들어 아마테라스 오오카미를 모시는 이세 신궁, 야마구치대신궁 등), 대부분의 신사는 그 신사의 고유의 신을 모시고 있다. 때문에 신사마다 관장하는 복이나 신들이 각기 다른 것이다.
문화예술에 녹아든 일본인의 신앙
이렇듯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고 이들과 함께 조화를 추구하는 일본인의 신앙, 그리고 세계관은 일본인이 그린 문화예술 작품에도 잘 녹아들어 가 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신의 갈등을 그린 <모노노케 히메>나 강이 오염되어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강의 신이 등장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의 작품들은 애니미즘적 일본인의 세계관을 잘 그려냈다.
이러한 작품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도 신도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신, 즉 자연물은 우리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이들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자연을 활용하되 해치지는 않는 것이 일본인이 말하는 신앙이자 이들의 세계관인 것이다.
때때로 일본의 예술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가 등장한다거나, 어떠한 사물이 매개가 되어 기묘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긴 하지만, 그것은 일본인이 가진 자연을 보는 독특한 세계관에 의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와 그로 인해 태어난 염세적이고 순응적인 신앙. 자연 만물에 신이 깃들었다 믿고 이들과의 조화를 추구해야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세계관이 일본만의 독특한 종교인 신도를 만들어내고, 일본만의 독특한 창작 세계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었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달리 보면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들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물질 위주로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자연의 훼손으로 인간과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본인들의 이러한 세계관은 현재를 사는 우리 인류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