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과 2025년 한일관계 전망
지난 몇 년 간 한일 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것 마냥 긍정적 관계로 발전해 왔다.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이는 양국에 들어선 정권의 성향, 국민의 감정, 역사적 사건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식민지배와 그에 따른 해결이 완전하고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5년 한일 양국은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소추로 대통령이 그 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지난 10월 들어선 이시바 내각과 자민당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며, 2009년 정권 교체 이후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양국은 국내 정치는 물론 국외 정치에서도 큰 파도를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돌아오며,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한편, 북러의 밀착으로 인한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의 위태로움도 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50년을 맞는 올해, 과연 한일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이번 글에서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전체적 흐름을 살펴보고, 양국의 국내외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2025년 한일관계의 향방을 예측해 보겠다.
국교정상화 이후 50년, 한일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었나?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교섭은 1951년부터 1965년까지 7차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의 강력한 반일 기조와 일본 자민당 내각의 한국에 대한 필요성의 부재로 양국의 감정 대립은 격화되었다.
국교정상화가 급격히 진전된 것은 한국에 박정희 정부, 일본에 사토 내각이 들어선 이후였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을 위한 일본 자금 유치, 사토 내각은 사토 총리와 그의 형인 기시 전 총리가 한일의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외친 점이 국교교섭이 진전된 가장 큰 이유다.
이처럼 한국은 공산 진영으로부터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에 안보를 제공하며, 일본은 한국의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상호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산권의 확대를 염려한 미국의 입김이 더해진 것은 덤이다.
70년대 들어서는 한국이 북한과 7.4 남북 공동성명으로 화해모드에 들어간 한편, 일본은 중국과 수교하며 양국의 안보·경제 협력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어 1973년 일본에서 중앙정보부가 김대중을 납치하려던 사건과 1974년 재일한국인이 육영수 여사를 저격하며 양국 관계는 급격히 긴장 상태로 돌아섰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양국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양국 관계가 다시 긍정적 방향으로 돌아선 건 일본에서 나카소네 내각이 들어서며이다. 관료에게 맡기기보다 스스로가 정책 결정을 하던 나카소네 총리는 취임 때부터 미일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나카소네 내각은 전두환 정부에서 요청하던 경협에 협력적 자세로 나오며, 양국은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 등 전에 없던 호기를 누렸다.
90년대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며 역사인식에서도 큰 개선이 이루어진다. 호소카와 내각이 처음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발언이 나온 이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담은 고노 담화, 총리가 처음으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거쳐 199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총리의 한일 공동선언이 발표되며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구축에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급격한 보수화와 우경화에 발맞춰 고이즈미 내각이 야스쿠니 참배를 하며 급격히 얼어붙었고, 일본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며 다시 화해모드로 돌아서나 싶더니,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과 아베 내각의 식민지배 부정 등으로 경색되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위안부 합의로 한일 간 정치 협력이 이루어지는 한편, 이에 반대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지소미아 중단을 비롯한 안보 협력 중단, 무역갈등 등 경제 협력 중단 등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기시다 내각과의 공조로 한일관계는 다시 전례 없는 호기를 맞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2025년 한일관계, 어떻게 될까?
2025년 한일관계는 어떻게 될까. 양국 모두 국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양국관계는 국내 정치, 역사 문제, 국제 정서 등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살펴보며 2025년 양국 관계를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양국의 현황과 전망을 국내 정치, 국제 정세, 국민 정서 등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먼저 국내 정치이다. 한국의 경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의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8년 만에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며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고, 이와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모든 정책들은 집행이 멈추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실시한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유민주당이 2009년 이후로 과반 의석이 무너지며 자민당 정권에 위기가 왔다. 이시바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8% 수준에 머물렀다(NHK, 2024.12.06~08)
이와 같은 양국의 국내 정치 현황을 보았을 때, 양국이 현재 서로의 관계에 집중하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은 국내 정치 자체가 마비가 된 수준으로 정상 외교 자체를 할 수 없다. 일본 역시 미국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정상이 부재인 한국과의 외교 협의를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음은 국제 정세이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일은 안보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을 하는 등 북러간의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둥북아시아 정세 역시 아슬아슬한 줄타기 상태로 한일 간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 정서이다. 양국은 주로 역사 문제로 인해 갈등해 오며 이에 기반해 국민 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케이팝과 제이팝 등 양국 간 문화 교류와 이에 따른 유행이 활발해지며, 양국 간 우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라 느꼈고(2024), 일본인 10명 중 4명 가까이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라 느꼈다(2023).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본에서 역사 문제로 망언을 일으키거나 야스쿠니 신사 등을 참배하며 역사 문제에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금세 일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다. 일본 역시 역사 인식의 부재로 인해 한국의 지속적 사과 요청에 피로감을 느끼며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2025년 한일관계는 지난 몇 년 간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특히 한국의 탄핵 사태로 선거를 다시 하게 되면, 윤 대통령과 같이 일본에 긍정적인 인물보단 그렇지 않은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다시 일본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다면 일본 역시 한국과의 협력을 기피할 확률이 높다.
다만, 긴박히 돌아가는 국제 정세 상 한일 양국은 안보, 경제적으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미국의 입김에 의해 한일이 싫어도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또, 민간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로의 문화를 즐기며 정치와는 별도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국민 간의 노력이 있기에 한일관계의 전망이 마냥 어둡다고만은 할 수 없다.
국교정상화 50주년. 사실 눈앞에 놓인 현안의 대부분을 보류해 둔 채로 진행된 수교로 현재까지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 심심찮게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보든 한국과 일본은 이미 떼어놓을 수 없는 서로 연관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다. 상호 앞에 놓인 현안들을 제대로 직시하고, 상호호혜적으로 인식하여 해결하려는 자세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