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과 서일본은 선호하는 맛부터 다르다?
닛신 사의 돈베이 키쓰네 우동 컵라면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컵라면이다. 그런데 이 라면을 자세히 보면 지역에 따라 서일본을 의미하는 西와 동일본을 의미하는 東가 뚜껑에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닛신 사의 돈베이 키쓰네 우동을 통해 서일본과 동일본이 선호하는 맛 차이에 대해 알아보고, 같은 컵라면임에도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와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진한 맛을 선호하는 동일본 vs 연한 맛을 선호하는 서일본
서일본과 동일본의 라면을 끓였을 때 언뜻 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들어간 고명도 같고, 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국물(육수)이다.
왼쪽이 서일본, 오른쪽이 동일본 버전을 그릇에 옮겨 담은 것이다. 언뜻 보기만 해도 동일본이 색이 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일본 버전은 연한 색의 국물만큼 맛도 담백하다. 한국인에게 우동의 맛이라면 서일본의 맛이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마 육수를 베이스로 간장보다는 소금 위주의 간이다.
동일본은 서일본에 비하면 진한색에 맛 역시 진하다. 우동 육수라기 보단 소바 육수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가쓰오부시를 베이스로 한 육수로 단맛과 가쓰오부시의 느끼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동일본과 서일본의 차이는 맛뿐만이 아니다?
흔히 동일본과 서일본의 문화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기준에 따라 동일본과 서일본의 경계는 달라지지만, 동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와 무사 문화라고 하면, 서일본은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과 상업 문화의 색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음식에서는 서일본은 다시마를 베이스로 한 옅은 맛의 육수를 쓰는 반면, 동일본은 가쓰오부시와 간장을 베이스로 한 진한 맛의 육수를 쓰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선호하는 고기도 동일본은 돼지고기, 서일본은 소고기로 다르다. 면 역시 서일본은 두꺼운 우동을 선호하지만 동일본은 얇은 소바를 선호한다.
문화 면에서는 어떨까.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서일본은 우측보행, 동일본은 좌측보행을 선호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서일본은 후불, 동일본은 선불제를 선호한다고 한다. 금전에 관해서 서일본은 서슴없이 얘기하는 반면, 동일본은 말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동서 간 문화차이 왜 나타난 걸까?
우선 식문화부터 알아보자. 서일본이 연한 맛, 동일본이 짙은 맛을 선호한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첫째로 물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동일본은 비교적 경수로 가쓰오부시가 잘 우러나는 반면, 서일본은 비교적 연수로 다시마의 맛과 풍미가 잘 우러난다고 한다. 둘째로 지리적 차이다. 오사카와 교토 중심의 서일본은 물산의 집산지로 신선한 재료가 원활히 공급되었던 반면, 동일본은 그렇지 못해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염장 등 강한 맛의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차이다. 귀족 문화 중심의 서일본은 재료의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식문화가 발달한 반면, 무사와 서민 문화 중심의 동일본은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무사와 서민들이 염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간이 센 식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다른 문화에서도 위와 같은 맥락의 연장선으로 차이를 이해해 볼 수 있다. 상업도시로 성장한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서일본은 금전 문제에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급한 성격 탓에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우선 탑승하고 이후에 정산하는 후불제가 발달했는 것이다. 반면 무사가 주요 집권 세력이었던 동일본에서는 왼쪽에 칼을 차고 다니는 무사의 특성상 칼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좌측통행이 생활화되었고, 명예를 중시해 상대의 명예를 지켜주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말을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일본 문화는 동서로만 나눌 수 없다
사실 일본 문화는 동서라는 두 가지 선택지로만 나눌 수 없다. 근대화를 통해 중앙집권적 성격의 국가가 되기 이전까지 일본은 봉건 사회로 지방의 독립성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47개의 도도부현으로 나누어진 일본은 말 그대로 47개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서일본과 동일본의 문화차이를 설명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족 문화가 발달한 교토는 도쿄와 마찬가지로 윗사람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문화로 흔히 다테마에라는 속마음을 감추는 문화가 발달했다. 규슈 지역은 본섬인 혼슈와 멀리 떨어진 탓에 중심의 문화가 들어오기 어렵고, 오히려 중심보다 가까운 한국과 중국, 심지어는 유럽의 문화가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동서 문화 차이를 통해 일본도 지역에 따른 문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일본의 문화는 이보다 세분화되어 각 지역마다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북단의 홋카이도와 최남단의 오키나와는 물론, 인접한 오사카와 교토, 후쿠오카와 야마구치 등 지역에 따라먹는 음식도 사투리도 문화도 모두 다르다. 지역별로 문화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것은 같을까를 고민해 보며 일본을 다녀본다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