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조직검사결과 : 버킷림프종
조직검사결과가 나왔다. 진단은 [버킷림프종]
사실 예상했던 질병이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과를 기다리는 이틀 동안 열심히 검색해 보니 남편의 상태와 비슷한 걸 찾은 게 버킷림프종.
버킷림프종은 보통 3-8세의 소아에게 잘 생기는 질병인데 간혹 젊은 성인남자에게도 생긴다고 했다.
보통 턱이 부어오르면서 이비인후과에서 검사하고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남편은 복부로 온 상태.
쭉 검색하다 보니 아프리카 풍토병이며 에이즈 환자같이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서도 온다는 얘길 듣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번 항해 중 아프리카에 7일 정도 있었다고 한다. 에이즈검사는 음성이니 EBV 감염으로 인해 버킷림프종이 생긴 건가? 근데 EBV 결과도 음성.
시댁식구들은 다 건강한데 왜 우리 남편만 버킷림프종이란 놈이 찾아온 걸까? 찾아보니 유전자 돌연변이 같은 거란다. C-myc 이란 유전자의 과발현으로.. 운이 안 좋았던 건가? 뭐가 문제였을까? 너무 무리해서 일했었나? 수십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Ki67이 100%로 나왔기 때문이다. Ki67은 이 림프종이 얼마나 공격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면 지금 미쳐 날뛰고 있다는 상태란 거다.
나는 오늘 당장 항암을 시작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교수님은 오늘이 금요일이고 첫 항암에 올 수 있는 급성신부전을 주말 동안엔 대처하기 힘드니 월요일부터 항암에 들어가자고 했다.
남편은 월요일 항암을 위해 케모포트를 가슴에 심었다. 케모포트는 항암제를 투여하기 위해 심는 건데 독한 항암제가 들어가기엔 말초혈관은 너무 약해서 가슴 쪽에 약이 들어갈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식은땀, 계속 오는 저혈당과 싸우며 주말을 보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남편을 끌고 병원예배실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힘들 때만 주님을 찾는 게 너무 죄송스러웠지만 우리 남편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남편은 무교로 교회에 가본 적이 없지만 나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인이다. 비록 취직하고 재이를 낳기 전까지 교회는 일 년에 10번 미만으로 갈 정도로 소홀하긴 했지만.. 그땐 하나님은 항상 내 옆에 계시니까 굳이 교회에 갈 필요 있나?라는 오만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연도에 남편이 배 타고 있을 때 문득 재이를 데리고 교회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재이를 데리고 간 근처교회에 가자마자 눈물이 쏟아졌었다. 왜 눈물이 난건진 모르겠다. 그리고 왜 갑자기 교회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몸이 반응한 걸지도.. 지금생각해 보면 그것도 다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항암. 잘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