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검은 늑대 한 마리가 쫓아온다.
나는 잡히지 않으려고 자전거 페달에 힘을 줬다.
하지만 검은 늑대는 더욱 맹렬하게 쫓아왔다.
알고 보니 그것은 내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붙잡고 왜 그랬는지 물어봤다.
- 왜 나를 쫓아오는 늑대 흉내를 냈니?
- 네가 아무것도 없는데 도망치길래... 바보 같아 보일까 봐.
- 그래도 늑대 흉내를 내지 말아 줘. 무섭잖아.
- 그래. 너는 아직도 무서워하고 있어.
- 맞아. 그런데 어쩌란 거야? 아직도 그러고 있어. 이게 나야.
- 혼자 도망치면 바보 같아 보이니까 내가 늑대가 되어줄게.
너는 늑대에 쫓겨 도망치는 거야.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
- ....
그림자야. 한동안만 늑대 흉내를 내줘.
지금은 있지도 않은 예전 직장 상사로부터 도망치는 내가, 바보 같아 보이지 않게.
그리고 언젠가는 나의 날개 흉내를 내줘.
퇴근의 기쁨을 안고 훨훨 펄럭이는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