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의 두 가지 선택지

by 큐원

'청소기야.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1. 전원코드가 뽑히는 거야. 이후의 일은 너는 알지 못해. 다시 사용될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지.

2. 전원코드는 뽑지 않을 거야. 다만 전원이 켜진 채로 하루에 부품을 하나씩 분해해서 부술 거야. 너는 점점 네가 없어져가는 걸 느낄 거야.


어떤 것을 선택할래?'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비슷한 시도를 했던 나도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

죽는 것보다, 죽음을 경험하며 사는 게 더 무섭다.

오래 살아남는 것보다, 나로서 살아있는 느낌이 더 간절하다.


나는 살면서 오래 사는 방법만 배웠다.

나로서 살아있는 방법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금 열심히 독학하고 있는데, 왜 아무도 안 알려주었는지 알 것 같다.

오래 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나로서 살아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두려움과 고통을 동반한다.


내가 청소기인지 다이아몬드 반지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최악의 경우 나는 똥일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에도 전진 할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해서 마주한 나는 어쩔 때는 청소기이고, 어느 때는 다이아몬드 반지이며, 어떨 때는 똥이다.

내가 똥임에도 버리지 않고 마주하는 이유는,

나를 변기에 버리고 산채로 죽음을 경험하는 것보다,

코를 틀어막고 노려보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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