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주인
사람은 두 번의 생을 산다고 느낀다.
하나는 타인을 주인으로 여기며 사는 생.
다른 하나는 나의 주인으로서 사는 생.
알바생과 사장 같다.
내가 알바생으로 살았을 때는 마음에 작은 생채기가 나면 슬쩍 모른 척했다.
내가 책임 질 일이 아니라고, 내 마음은 부모님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죽음 직전까지 갔고, 결국 내가 나를 책임지기로 한 후에는, 작은 생채기가 나도 아까워하며 마음 아파했다.
아내가 하루 30분 나를 진심으로 보듬어주고 이뻐해 준들, 나머지 23시간 30분을 책임지는 내 사랑에 비할 수는 없다.
친구가 나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36년간 쌓여온 나 자신에 대한 미움과 원망만큼 깊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도 내 눈치를 더 보고 기분을 살피게 된다.
어린아이가 잘못을 하고서, 삼촌이 아니라 아버지의 눈을 조심스래 올려다보는 것처럼.
아버지가 조카의 잘못은 대충 다독이고 넘어가도, 아들에게는 엄한 눈길을 보내며, 주눅 든 아들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처럼.
어린아이는 안다. 누가 자신을 책임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