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높은 곳에서 위험하게 줄을 타는 곡예꾼이 있었다.
그리고 시장통 바닥에 철퍼덕 앉아 빙구같은 미소를 지으며 줄타기를 구경하는 거지가 있었다.
곡예꾼은 실수로 바닥으로 추락했고, 부상당하고 흙투성이인 채로 사람들의 아유를 받았다.
사람들은 떠나갔고 곡예꾼은 혼자가 되었다.
그때 거지가 곡예꾼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돈 좀 주시오'
곡예꾼은 화를 냈다.
'장난해? 저리 안 가?'
거지는 미소를 띠며 곡예꾼을 바라봤다.
곡예꾼은 한소리 더 하려다 거지의 미소를 보며 멈칫했다.
거지는 지그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곡예꾼은 자신의 처참한 마음을 거지가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지의 표정에는 조금의 조롱이나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곡예사는 속상함과 자책감이 햇빛을 받는 것을 느끼고 눈물이 맺혔다.
그것을 본 거지는 곡예꾼의 돈 바구니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집어 들고 제 갈 길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