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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로삼가아코디언 Aug 26. 2024

애매한 풍자, 원초적 코미디 그리고 한선화 배우

영화 <파일럿> 후기


안녕하세요. 8월 중순 언제나 영화관 앞을 서성이며 볼만한 영화가 있는지 항상 하이에나처럼 두리번거리던 저는 광고노출의 빈도수가 꽤 높았던 영화 파일럿을 보기로 했답니다. 물론 이번에도 여자친구와 같이 관람을 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포스터만 보더라도 코미디라는 점은 바로 알 수 있었으나, 여장을 통한 코미디가 좀 더 깊게 풍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답니다. 초반엔 이런 이유와 여장이라는 불편함 그리고 코미디를 위한 영화적 허용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많았습니다. 






1. 여성 인권과 사회의 이면, 풍자?


슬슬 DP의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으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신승호 배우님


영화는 시대가 변했으니 각 성별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함을 알립니다. 술자리에서 전형적인 말실수를 시작으로 주인공과 그의 상사는 해고당하는데요. 이쁘다는 표현과 여성에게 술을 따르라 같은 실례가 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대는 변화하고 이에 부정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그림을 표현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그 변화가 어디까지인가?라는 것인데, 그러한 대화가 잇달아 나온다라는 거죠.


이쁘다고 얘기하는 게 정말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거야라며 되묻는 다른 기장의 대사처럼 그 정도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남성을 들어냅니다. 항상 말의 타이밍이 문제라는 것을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 것입니다. 그러나 아예 그 표현이 문제라고 삼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보입니다. 영화는 예쁜 한정미의 미모를 앞세워서 항공사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그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고 넘어가버리거든요.




2. 영화적 허용과 개연성



개연성이 여기서부터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한정우가 한정미로 여장을 하고 여동생의 개인정보로 항공사에 취직하는 상황이 전혀 개연성이 없습니다. 어찌어찌 다시 취직에 성공해서 뒤따라 오는 위기(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당황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주된 모습이지만, 애초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매 순간 위기로 비쳐 상시적인 위기에서 억지로 전개해 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나름 대기업 항공사인데.. 조금은 납득이 되어야 하잖아요..





3. 남성 캐릭터


재밌는 상황으로 연출하는 것은 좋으나 영화에 여성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겼다면, 이에 맞는 적절한 벨런스도 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캐릭터가 대부분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반면에, 남성 캐릭터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꽤나 일차원적인, 단면적인 형태의 빌런만 존재합니다. 대사가 몇 없는 캐릭터조차 불편함을 야기하는 씬에서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등장하고는 퇴장합니다. 전체적으로 남성들이 죄다 나쁜 사람으로만 나왔어요. 성별 갈등에 불을 지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들이 있으니 그저 관객들은 코미디로만 봐주길 원했던 걸까요. 한정우 후배로 나온 신승호 배우님도 끝에 뭔가를 깨닫거나 쿠키에서라도 변화한 모습이 있다면 그래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일관적이라는 느낌이 있었을 텐데, 남성들은 시종일관 나쁜 이미지만 비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수염 때문에 사실 대사도 잘 안 들렸음 / 웃음벨 연타 장면

포인트를 줬던 것은 확실히 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한정우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잘 알겠습니다만, 스스로가 좋은 아들이었는지 그리고 장남으로서 가장의 역할이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옵니다. 정말 솔직하게 상대역을 붙잡고 얘기해요. 근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초반 술집에서 동료와 얘기를 나눌 때는 여장을 했고, 수염이 무슨 저렇게까지 자라나 싶을 정도로 거뭇거뭇하게 올라와있어서 뭔 힘들다는 얘기를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질 못하겠어요. 물론 코미디겠죠, 근데 영화 통틀어 두 번 나오는 남성의 삶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사람을 이창호 님의 쥐롤라처럼 존재만으로 웃기게 만들어놨으니 아 쓰면서도 웃기네요 ㅋㅋ 뭐 다른 장면은 혼자 포차에서 엄마한테 나 잘하고 있냐 그런 장면이었는데, 이마저도 여장한 채로 얘기하는 거라 아쉬웠습니다.




4. 한선화 배우님



그녀가 나올 때마다 안 웃었던 관객이 있었을까요. 어머니 환갑잔치 때, 한정미가 생리를 한다고 하니 옆에서 울다가 끝에 미쳐버린 듯 으헤헤 웃는 연기는 더 이상 연기가 아니게 느낄 정도였습니다. 보통 이런 걸 뭐라고 하나요? 메서드 연기? 아니면 고도로 발달된 생활연기? 내 혈육이 남잔데 생리한다는 꼴을 보고 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외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를 이끌고 나아가는 캐릭터는 조정석 배우님과 쌍두마차로 한선화 배우님이 아니었을까 단연 말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단순히 젠더갈등으로 인한 코미디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부조리함을 얘기하고 싶었으나 미세하게 포인트가 치우쳐져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1분 간격으로 웃긴 장면을 배치해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한결 감독님 영화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선화 배우님 자주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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