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클로드 모네
새해가 왔다.
별 다른 것 없는. 그냥 어떤 하루일 뿐이다.
어제와 같은 풍경이고, 어제 쌓여있던 눈이 딱 하루 지난 만큼 녹아있다.
햇살의 기울기도, 새들의 루틴도, 살벌한 추위도, 눈앞을 가리는 입김도 그대로다.
바뀌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거의 없다. 아니 없다.
단지, 달력의 숫자만 바뀔 뿐.
근데 그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세상 난리다.
31일의 셀러브레이션은 물론이고, 카운트다운에, 불꽃에, 연말이랍시도 다들 들썩들썩 한다.
세상은 딱 하루 지나는 것 뿐이데. 그 하루에 너무 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담는다.
버리고, 잊고, 털고 싶은 것들을 이전 숫자에 묻어두고 싶어서인지
마지막 하루에 어떻게든 남은 회한을 다 담으려 그 날 하루는 정말 살뜰히 챙긴다.
365개의 하루 중 단 하루일 뿐인데.
하루가 지닌 의미가 그 어떤 날보다 크다.
어제처럼 까치가 담장에 앉아 운다.
어제의 까치와 오늘의 까치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까치의 울음 소리는 어제와 다른 의미를 부여받는다.
힘찬 새 출발. 새로운 하루.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고. 곧 어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