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_다니엘 릿웨이 나이트
대충 이때 쯤.
그녀들이 올 시간이다.
아니나다를까 오늘도 그녀의 오바스러운 감탄사를 시작으로 수풀 뒷편에서 수다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자...
- 양떼들은 펜스 근처에서 얌전히 풀뜯고 있고...
- 목동 반장님은 왔다가 30분전에 가셨으니까 다시 올 일 없고...
- 물을 긷고 나올 때쯤 풀 베는 척 슬쩍 길쪽으로 가서...
- 자연스럽게 그녀들이 물을 긷고 나오는 동선에서 넌즈시 말을 걸면...
OK
근데 무슨 말을 하지...
- 혹시 작은 새끼양 한마리 못봤니?...(뻔히 봐도 없어보이는데)
- 며칠 전 시장에서 우리 눈마주쳤는데...기억하니?...(스토커 같잖앗)
- 물 긷는거 힘들지 않니?...(이 뭔 바보 같은 말이야)
- 오늘 날씨가 참 좋네. 글치?...(이 뭔 바보 같은 말이야2)
그러는 사이 그녀들은 물을 긷고 나오고 있다.
뭔 말을 할진 여전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스한 시작 멘트가 시급하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그녀들이 지나갈 거다.
마음이 급하다.
"안녕"
시간이 어떻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억나는건 단지 그녀가 웃고 있었다는 것뿐.
이제 더 기다려질 것 같다.
내일도. 모레도.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