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_지롤라모 네를리
파도가 꽤나 높게 일어 배는 가볍게 춤을 춘다.
덕분에 배는 얕게 오르락내리락. 꿀렁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선실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가 가득하고, 높아진 습도덕분에 냄새까지 강렬하다.
인도양과 태평양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호주까지 긴 항해를 했던 나도 선실에 머물기 쉽지 않은 날이다.
아내는 배멀미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어, 갑판으로 이끌고 나왔다.
우중충한 회색 하늘은 습윤하다 못해, 얕게 비를 뿌릴 태세다.
선체에 부딪혀 알알이 조각난 포말이 공기 중에 더해져 컬컬하기까지 하다.
아내를 빈 의자에 앉힌다.
바람을 쐬면 좀 났겠지.
근데 늦가을 바람이 찬 게 좀 걱정이다.
서둘러 선실로 돌아가 담요를 가지고나와 아내를 덮어줬다.
우리처럼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들이 하나둘모여 갑판을 돌고 있다.
바깥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좀 나아진다.
'이렇게 얼마나 가야할까.'
지금은 어디쯤 왔고, 언제 도착할 지 감감하다.
가슴은 시원해졌는데 머리는 도로 답답해졌다.
언제 도착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