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성과급의 두 얼굴

'주인의식' 실종시대의 직장인

by 쭝이쭝이


SK하이닉스의 파격적 성과급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이닉스를 4년 출입했고 과거 고생했던 일들을 잘 아는 입장에선 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은 그동안의 고난에 대한 보상 차원도 큰 것 같다.


물론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하이닉스 직원들이 실제로 받은 성과급보다 많이 부풀려져있다고 한다.


문제는 하이닉스의 성과급이 도미노현상을 일으켜 삼성전자도 성과급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는 사실 회사 구조가 많이 다르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원툴인 회사라 모든 직원이 성과급을 고르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TV, 생활가전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로 인해 아무리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도 돈 못 버는 사업부에 있으면 성과급이 별로 없다.


무노조 시절에는 이런 불만이 있어도 얘기하기 어려웠고, 삼성전자 특유의 능력주의 분위기로 인해 성과가 없는데 보상을 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던 거 같다.


하지만 이제는 노조도 과반 노조가 되고 회사가 주가도 사상 최고를 찍고 영업이익도 역대 최고 수준을 찍으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성과급을 많이 달라고 요구하는 저변에는 '주인의식'이란 과거의 미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했고,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나는 주인도 아닌데 왜 주인 의식만 가지나'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MZ세대 이하 젊은 직원들은 스스로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회사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하다.


최대한 많은 보상을 받고 커리어를 쌓아 이직하는 게 목표가 되다 보니, 연봉 인상보다는 수익이 극대화 됐을 때 많은 성과급을 받고 싶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모 금융회사 회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는데, 그분이 하셨던 말씀도 비슷하다. 회장이 되고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으니 연봉 협상 관련된 일들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연봉 인상이 아니라 성과급을 많이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연봉 인상안을 제시해도 관심이 없고 오직 성과급 얘기만 한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회사는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바랄 수 없다. 연봉제가 정착했지만 특유의 연공서열 문화로 인해 이직을 하지 않은 이상 기존 직장에서 파격적 연봉을 받는 것도 어렵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직원도 신입 공채로 들어왔다면 공채 기수 대비 2~3배의 연봉을 갑자기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더 성과급에 집착하는 듯하다.


결국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직원은 회사에서 성과급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연봉 인상은 이직을 통해 이루는 방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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