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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Jan 15. 2022

신혼부부 아파트 청약 희망고문

수능 9등급으로 SKY를 노릴 수 있을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신혼부부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 일은 극소수의 금수저에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신혼부부 중에서도 자금 여유가 꽤 있다면 아파트 전세로 시작했고, 대부분은 투룸이나 빌라, 다가구, 다세대 등에서 전세 또는 반전세로 신접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혼=내 집 마련'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집을 못 사서 결혼을 못한다"는 말을 당연하게 세상이 됐다.

문제는 서울 집값은 평균 가격이 10억 원이 넘어섰고, 대출도 대부분 막히다 보니 이제는 정말 금수저가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해서 신혼을 시작하기는 극히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 탓에 많은 신혼부부들은 전세로 시작하면서도 내 집 마련, 특히 '신축 아파트'에 대한 꿈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축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고, 심지어 집값도 계약금만 내면 입주 때까지 2~3년이란 유예기간을 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소위 청약 전문가라는 분들이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청약만 노리고 집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신규 분양이 이뤄지면 청약 경쟁률은 수백, 수천 대 1을 기록하며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엄청난 경쟁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냥 한번 넣어보는 '허수'가 대부분이다.

특히 신혼부부들은 청약 제도가 정확히 어떻게 이뤄져 있고, 어떤 방식으로 당첨자가 결정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무조건 넣다 보면 언젠간 당첨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수많은 기회비용을 날리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올해 서울 청약에서 당첨 커트라인이 62.6점(84점 만점)이란 기사다. 그런데 이 점수가 되려면 무주택기간이 15년을 넘고 아이가 최소 2명,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5년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 쉽게 말해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는 절대 이를 수 없는 점수란 얘기다.

예를 들어 올해 32살이 되는 1991년생이 아이가 없고 이제 막 결혼을 한 상태에서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2년을 넘겨 1순위인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이 사람의 청약 가점은 몇 점일까?

이 경우 청약 점수가 고작 18점에 불과하다. 청약통장 가입자 중 거의 최하위권 점수이다.

그런데도 신혼부부들 중에는 청약통장 가입 2년을 넘기면 부여되는 1순위 자격만 있으면 청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럼 1순위 자격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통계를 보면 서울 안에만 1순위 청약 통장은 370만 개에 달하고 전국적으로는 1457만 개쯤 된다. 쉽게 말하면 가구수 기준으로 거의 모든 집에서 가족 구성원 중 1명은 1순위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놀라운 점은 청약 가점에서 무주택기간 만점(30점)에 해당하는 15년 이상 된 청약통장의 숫자가 103만 7829개나 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대략 1순위 청약 통장을 가진 사람들 중 상위 7% 수준이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입시에서 SKY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대학 입시에 지원할 일정한 자격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원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원서를 낼 수 있다고 해서 합격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능 9등급인 사람이 SKY에 지원해 합격하려면 해당 학과가 미달되는 경우뿐이다.

신혼부부들이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고집하면서 계속 청약에 매달리는 것은 마치 수능 9등급인 학생이 오직 SKY만을 목표로 하겠다며 정원 미달을 기대하고 계속 원서를 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최근에는 이런 불만들이 나오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일부 1순위 추첨제 물량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의 확률이다.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녀가 없는 경우엔 당첨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SKY에 가려면 거기에 입학할 수 있는 실력과 점수를 갖춰야 한다. 마찬가지로 청약도 1순위 통장은 그냥 최소 자격 조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혼부부들이 청약 당첨을 원한다면 당첨을 위한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약은 그냥 운의 영역으로 넣어보는데 만족해야 하고, 내 집 마련을 위해선 정확한 자금 및 시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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