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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워런 버핏의 말이 옳았다

by 쭝이쭝이

10년 정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경험했다. 환희의 순간도 있었고 가치투자를 믿던 시절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믿기도 했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확신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하 국장)을 지켜보며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 들었던 수많은 조언들이 결국 옳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장은 외국인의 단타 놀이터이고 개미들은 장기 투자하면 안 된다는 말.

2012년 부동산 쪽을 처음 출입할 때 당시 1세대 전문가로 불러던 분의 공개 강연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이 강연을 시작할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여러분, 다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참 좋으시죠? 공기도 좋고 주변 환경도 좋고 그런데 저평가 돼 안타까우시죠?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저평가가 아니라 저가치인데 살고 있는 사람만 모르니 돈을 못 벌어요."

어느 지역이나 살아보면 다 정이 들고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너무 별로라고 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다들 "우리 동네 참 좋은데 저평가 돼 있다. 호재가 있으니 호재가 실현되면 분명히 집값이 오를 거다"라고 한다.

하지만 집값은 그 지역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에 의해 결정된다. 그 지역에 살아보지 않은 돈이 꽤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 동네가 얼마나 살기 좋고 동네 인심이 얼마나 좋고, 주변 환경이 얼마나 쾌적한지 주민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국장도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시장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 한 해였다.

한국인들이 우리 기업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이고 위대한 국가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국장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과 평가와 판단이 지수와 주가를 좌우했다.

2024년 1월 2일 올해 장 첫날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2669.81이었지만 2024년 12월 30일 종가는 2399.49였다. 수익률로 -10.125%다. 이런 국장에 도대체 누가 장기 투자를 하겠는가.

올해 코스피지수 변동 추이를 보면 7월 11일 장중 2896.43을 찍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3000도 가능하다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8만 원 후반대를 찍으며 9만 전자를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돼 8월 5일 블랙먼데이가 왔고 코스피지수는 2400대가 순간 깨지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연말 최종 종가는 블랙먼데이 수준까지 빠지며 끝났다.

과연 국장의 펀드멘탈이 불과 4주 만에 사라지기라도 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기업들의 가치가 불과 5개월 새 20%나 하락했나.

환율도 1300원대에서 1500원 근처까지 치솟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기에 우리나라가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인가.

이런 모든 물음의 답은 "외국인은 그렇게 느끼거나 그렇게 느끼는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외국인이란 투자 주체는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자금인지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다. 그냥 내국인이나 국내 기관 투자자가 아니면 외국인으로 분류하니 누가 어떤 이유로 국장에 투자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 판단으로 확실한 점은 주가를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는 절대 국장에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슈에 따라 적극적인 롱숏전략을 펼치는 투자자다.

언젠가부터 주가가 오르면 나는 무조건 내릴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는 절대 주가가 계속 오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투자자는 주가가 장기 우상향하기를 바란다. 당장 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 오르는 것이 당연히 이익이다.

반면 단기 투자자는 주가의 변동성이 수익을 만든다. 올랐다면 매도를 해서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확정하고 다시 낮은 가격에서 매수를 해 주가 상승분을 또 먹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치지만 많은 개미들은 '불타기'가 가장 성공적인 투자 방식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최고점을 찍을 때 오히려 더 투자를 하다 큰 손실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최고점에서 던지면 받아주는 개미들 덕분에 외국인들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굉장히 고차원적이다. 최고점에서 한번 빠진 주가도 한번 빠졌다가 다시 전고점을 경신하는 차트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개미들은 전고점 돌파를 보고 빠져도 다시 오르겠지 하고 달려든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는 그 전고점이 오지 않고 주가는 계속 빠져버린다. 개미들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강제 장기투자자가 되고 만다.

올해 코스피지수와 미국 나스닥지수, 나스닥지수 10년 치를 보면 왜 국장이 아니라 미장을 해야 하는지 이유는 아주 명확해진다.

국장에서 기본 상식 중 하나는 환율이 높을 때는 국장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환율이 높으면 달러로 환전해 투자해야 하는 미국 주식 투자도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은 달러 환차익에 주가 상승분까지 이중으로 수익을 거두니 미장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국장에서 미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본다. 미국에 투자하면 환율을 신경 쓸 필요도 국제정세에 대한 민감도도 훨씬 낫다. 그냥 미국만 신경 쓰면 된다.

국장은 세상 모든 일에 다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국장에 투자한 외국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 이유로 매도를 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정치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

만약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5000만 국민 대부분이 투자를 주식형태로 하고 있다면 결코 정치권이 지금처럼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리스크가 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인들이 보기엔 과격한 정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제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지 국내적인 부분은 한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미국은 국부의 대부분이 주식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정치권도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이나 이슈를 계속 방치하거나 끌고 나가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국장 투자자의 대부분이 어차피 단기 투자자이고, 정치권도 말로는 주식시장 정상화나 주주 권익을 얘기하지만 실제론 큰 관심이 없다.

사회생활 초창기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당시 나는 은행 정기적금과 정기예금만 하던 시절이다. 나는 금융위기가 터졌다는 뉴스는 봤지만 현실에선 1도 체감하지 못했다. 월급이 깎이지도 않았고 내 예금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회생활 초창기 때 나와 비슷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투자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주식 등은 전체 자산에 비해 미미한 수준인 데다, 그마저도 국장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미장이나 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인적 판단으로 국장은 특정 종목에 대한 단기 투자 또는 저점 투자는 유효하지만, 중장기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4만~5만 대에 사서 7만~8만 대에 파는 정도의 중기 전략은 유효하지만, 엔비디아처럼 100배 성장을 기대한다면 무조건 실패다.

한때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은행주도 2022년 이후 금리상승기에는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2배 정도 상승했다. 이런 식의 모멘텀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 은행주도 내려갈 일만 남았다.

2025년 국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워런버핏의 말이 진리라는 사실은 이제 확실해졌다.

"S&P500 인덱스펀드에 전 재산의 90%를 투자하고,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해라."

전 세계 선진국 중 지속 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리고 모든 세계 천재가 모여들고 혁신 기업이 계속 나오는 나라. 전 국민이 주식에 진심이고 정치도 주가에 신경을 쓰며, 달러를 화폐로 쓰는 나라.

안타깝지만 저성장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국장으로 큰돈을 벌긴 어려운 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코인시장도 마찬가지 이유다. 분명 코인에 대해 여전히 나는 회의적이지만, 많은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가치가 있어진다. 코인의 장점도 미국 주식과 같다. 글로벌하게 시세가 움직이고 국내 이슈에 거의 영향이 없다. 비상계엄으로 한국에서만 비트코인 급락이 있었지만 사실 굉장히 황당한 사건이고 세계적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어 어차피 바로 반등했다.

앞으로 정치는 유럽식 복지 모델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처분 소득이 있어야 투자를 하는데 그 돈을 국가가 세금으로 가져가 노후에 복지로 쓰는 방식이다. 그 복지 모델을 가진 국가들의 주식 시장이 어떤지 보면, 국장은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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