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사랑

by 구기리

창밖에선 장마가 계속해서 세상을 두드리고, 눅눅한 바람은 방 안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다.

그 바람 속에서 공기 속에 젖은 그 특유의 냄새가 묻어난다.

숨구멍마저 막혀 땀을 토해내고 끈적이던 땀내가 몸을 누르던 계절,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당신이 떠올랐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당신이 신발을 벗는 순간, 낯선 듯 익숙한 하루의 채취가 밀려들어왔다.

그 냄새는 마치 혼자 치른 전투의 잔해 같았다.

끈질긴 하루의 고단함이 몸이 배어, 눅진한 바람 속에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침대 위에 쓰러진 당신의 발끝에 남은 양말 냄새는 거칠고, 고약했다.

그 순간 나는 왜, 고약한 냄새가 묻은 양말을 손수 빨래해주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 그것마저 사랑이라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아웅 치는 듯했다.

사랑이란, 때로는 가장 곱고 향기로운 꽃잎보다, 가장 진하고 무거운 냄새를 끌어안는 일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코를 찡그릴 순간에도, 나는 그 악취를 내 품에 감싸 안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사랑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를 끝까지 품고 다시 걸어 나가도록 손을 잡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화면 캡처 2025-08-08 202917.png


작가의 이전글스쳐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