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울리는대로 살아가는 것

by 구기리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천만에. 세상은 1등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의 화려함에 취해 박수를 보낼 뿐,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는 관심 없다.


진짜 기억하는 건 2등과 3등이다. 그들은 1등의 등 뒤에서 그의 숨소리까지 들었던 사람들이니까. 승리의 순간에도,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도 1등이 흘린 땀방울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던 사람들. 그런데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현실을 봐. 1등이 아니면 의미 없어." 그러면서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다. 몽상가라고, 허황된 사람이라고. 마치 자신들만은 현실주의자인 양 거드름을 피우면서.


몽상가? 웃기지 마라. 이 세상에서 몽상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달라질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직장인도 몽상가고, 로또를 사면서 "이번엔 될지도"라고 생각하는 아줌마도 몽상가다.


나는 기반 없는 몽상가들을 더 사랑한다. 가진 게 없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현실이 아무리 짓밟아도 일어서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이 메마른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아닌가.


가슴이 울리는 대로 살 수 있는 단순함? 그런 게 어디 있나. 가슴이 울려도 집세는 내야 하고, 아이 학비는 마련해야 하고, 늙은 부모님 병원비도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가슴 한구석에서 여전히 무언가가 울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거 아닌가.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상관없다. 나는 2등과 3등을, 그리고 꼴찌까지 기억하겠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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