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적이 있었다.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행복이 곧 찾아올 것만 같았던 순간들.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 것 같았다. 이별을 고하면 홀가분할 것 같았다. 이 도시를 떠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 같았다. 그렇게 상상했다. 수없이 고민했고, 미뤄두었던 결정을 마침내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찾아왔다. 막연하게 품고만 있던 상상이 실제가 되었을 때, 나는 당황했다.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이별을 고했지만 홀가분하지 않았다. 도시를 떠났지만 새로운 삶은 시작되지 않았다. 현실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 선택의 끝에는 또 다른 상상과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만약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난날의 선택과 결정을 늘 후회하는지도 모른다.
자꾸만 되돌아본다. 지난날의 선택들을. 혹시 다른 결말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지금의 현실을 또 외면한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어떤 선택이든 만족스러운 결말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때때로 후회가 따라오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아프게, 그러나 분명히 깨닫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아찔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상상한다. 또 다른 선택을. 그리고 안다. 그 선택의 끝에도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내일 또 선택할 것이다. 후회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그렇게 살아간다.